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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대에서 봉돈까지 수원화성 동쪽 성곽길을 걷다.
‘힘내라 대한민국’ 독수리 연에 걸린 문구가 힘을 실어줘
2020-02-27 16:10:22최종 업데이트 : 2020-02-27 16:09:12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세계유산 수원화성은 당시의 축조 기록인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복원된 점을 들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계유산 수원화성은 당시의 축조 기록인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복원된 점을 들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을 진원지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국내 확진자가 1500명을 넘어섰고, 27일 오전 수원시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서관과 문화센터가 휴관에 들어갔고, 학교는 개학을 일주일 연기했다. 추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나날이다. 마스크를 두 달 넘게 쓰고 다니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피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답답하기만 한데 마냥 실내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자는 26일 오후 2시 수원화성 동장대(연무대) 앞 공영주차장에 도착했다. 동장대에서 봉돈까지 수원화성 동쪽 성곽길을 걷기로 했다.
 
수원화성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이장한 뒤 축조한 성곽으로 정약용 등 당시 최고의 실학자가 함께 만들어낸 조선시대 성곽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수원화성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이장한 뒤 축조한 성곽으로 정약용 등 당시 최고의 실학자가 함께 만들어낸 조선시대 성곽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동장대(연무대라고 불린다)를 시작으로 동북공심돈-노대-창룡문-포루-치-봉돈까지 성 안쪽 길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은 성 밖 길이다. 아름다운 성곽 곡선을 따라 걷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창룡문을 배경으로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보이고 '힘내라 대한민국'이란 깃발이 독수리 연에 매달려 펄럭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세계유산 수원화성 가까이에 산다는 건 행운이다. 정조 18년(1794)부터 2년 6개월 만에 완공된 수원화성은 사대문(동서남북), 암문, 수문, 적대, 공심돈, 봉돈, 포루(砲樓), 장대, 각루, 포루(舖樓) 등 다양한 구조물을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볼 수 있다.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성곽 곡선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사계절 어느 때에 와도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갈 수 있다. 성곽길을 따라가다 보면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 아름다운 노년을 함께하는 노부부, 재잘거리는 여고생들, 노랑 병아리 모자를 쓴 유치원 아이들, 오롯이 혼자 걷는 뚜벅이 여행자들 등 다양한 시민들과 마주한다.
 
동장대와 영롱담-왕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롱담은 '구슬의 울리는 소리가 아름답다'라는 뜻이담겼다.

동장대와 영롱담-왕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롱담은 '구슬의 울리는 소리가 아름답다'라는 뜻이담겼다.


제일 먼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인 동장대(東將臺) 앞에 섰다. 뒤쪽에 보이는 '영롱담'은 구슬이 울리는 소리가 날듯하여 이름이 붙었다. 정조대왕이 1796년 활쏘기를 했고 수원화성 공로자들에게 상을 내린 장소라 한다. 사방이 트여 있어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한 장소로 기억된다.
 
동북공심돈-공심돈은 적의 동향을 살피는 관측소로 수원화성에 처음 등장했다. 수원화성 박물관의 외관이 동북공심돈의 모형을 본 따 만들어졌다.

동북공심돈-공심돈은 적의 동향을 살피는 관측소로 수원화성에 처음 등장했다. 수원화성 박물관의 외관이 동북공심돈의 모형을 본 따 만들어졌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나선형 계단으로 소라 속처럼 생겨 일명 '소라각'이라고도 하는 동북공심돈은 성곽 주위와 비상시에 적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졌다. 1930년대 폭우로 인해 남쪽 공심돈은 사라지고 현재 보물로 지정된 서북공심돈이 남아있다.

노대(弩臺)-쇠뇌를 장치하여 적에게 활이나 돌을 쏘려고 성안에 높게 지은 대로 수원화성에는 두 곳이 있다. 팔달산 정상에는 서노대가 있다.

노대(弩臺)-쇠뇌를 장치하여 적에게 활이나 돌을 쏘려고 성안에 높게 지은 대로 수원화성에는 두 곳이 있다.팔달산 정상에는 서노대가 있다.


수원화성에는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노대와 동북노대 등 2개의 노대가 있는데, 성벽 밖으로 돌출된 치성 위에 벽돌을 쌓아 만든 동북노대(東北弩臺)는 오방색 깃발 중 푸른색 깃발과 어울려 한편의 그림을 만들었다. 수원화성 전체에는 다섯 가지 색의 깃발을 볼 수 있다. 한양을 기준으로 좌청룡(청색)-창룡문, 우백호(흰색)-화서문, 남주작(빨강)-팔달문, 북현무(검정)-장안문, 중앙에 있는 화성행궁은 임금을 상징해서 노랑이다. 깃발 색깔만 보고도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있다.
 봉돈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피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평상시에는 밤낮으로 봉수 1개를 올리고, 적군이 국경 가까이 나타나면 2개, 국경에 이르면 3개, 국경을 침범하면 4개, 전투를 시작하면 5개를 모두 올렸다.

봉돈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피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평상시에는 밤낮으로 봉수 1개를 올리고, 적군이 국경 가까이 나타나면 2개, 국경에 이르면 3개, 국경을 침범하면 4개, 전투를 시작하면 5개를 모두 올렸다.


화포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인 포루(砲樓)와 군사들이 망을 보면서 대기하는 곳인 포루(舖樓)를 거쳐 마지막 종착지 봉돈(烽墩)에 도착했다. 봉돈은 봉수대(烽燧臺)라고도 하는데 산 정상이 아닌 평지에 만들어진 독특한 건축물로 수원화성의 대표시설이다. '코로나 19'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횃불 구멍 몇 개에서 연기가 올라와야 하나 생각해봤다.

봉돈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성 밖으로 나가는 쪽문을 만났다. 성 밖에서 바라보는 성곽의 모습도 아름답다. 일정한 거리마다 성곽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오게 만든 시설인 치(雉)는 성벽 가까이에 접근하는 적군을 쉽게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화성에는 10개의 치가 있다.
 
치(雉)는 꿩이 자기 몸은 잘 숨기고 밖을 엿보기를 잘하기 때문에 그 모양을 본따서 '치성'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치(雉)는 꿩이 자기 몸은 잘 숨기고 밖을 엿보기를 잘하기 때문에 그 모양을 본따서 '치성'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동일치는 동쪽의 첫번째 치라는 말이다.


치(雉)는 꿩을 의미하는데 꿩이 자기 몸을 숨기고 밖을 잘 엿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동일치는 창룡문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첫 번째 치라는 말이다. 선조들의 재치있는 이름짓기다.
 
마지막 장소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蒼龍門)에 도착했다. 돌로 쌓은 홍예문과 성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쪽이 열려 있는 옹성을 차례로 둘러봤다. 창룡문은 6·25전쟁으로 문루와 홍예가 크게 소실되었으나 1975년 다시 옛 모습으로 복원해 오늘에 이르렀다. 창룡문 왼쪽에는 축성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보물찾기하듯 성곽 돌을 찾아볼 수 있다.

박재수(남. 행궁동거주. 얼레회 동호회 회원)님이 '힘내라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메달고 독수리연을 날리고 있다.

박재수(남. 행궁동거주. 얼레회 동호회 회원)님이 '힘내라 대한민국!'이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메달고 독수리연을 날리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출발할 때 하늘 높이 날았던 독수리 연이 지면 가까이 내려오고 있다. '얼레회 동호회'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박재수 (행궁동. 70대)님을 만났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창룡문 앞 넓은 잔디광장에서 연을 날려요"라며 "코로나 19로 불안하고 힘겨운 요즘 상황에 알맞게 '힘내라 대한민국'이란 글귀를 넣어봤어요"라고 말했다.

동장대에서 봉돈까지 수원화성 동쪽 성곽길을 걸으며 보았던 하늘 높이 날았던 독수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힘내라 대한민국!' 오늘 우리에게 필요하고 절실한 이 문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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