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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
2014-06-21 10:57:24최종 업데이트 : 2014-06-21 10:57:2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쫓기듯이 사는 요즘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험과, 이것저것 배우고 있는 몇 개의 강좌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와 발표회 준비로 마음이 조급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이 지내다보니 여름으로 들어서는 싱싱한 녹음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주렁주렁 매달린 까만 버찌열매도 그냥 지나친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모처럼 여유를 가져본 날이다. 인계동에 위치한 나혜석거리에서다. 
역시 여름에는 시원한 게 최고다. 그중에서도 여러 줄기의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분수대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혜석거리에서 시원한 여름을 여는 분수대를 만났다. 
역시 아침 일찍부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몇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오후에는 미리 약속이 되어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권선동에 위치한 '휴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낯선 곳이라 버스노선을 검색하면서 그곳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약속장소를 바꾸면 안 되겠느냐는 거다. 

변경된 약속장소는 나혜석거리다. 나혜석거리, 들어 본적은 있으나 제대로 가본기억은 없다. 새로운 곳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긴다.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농협건물 방향으로 길을 건너 쭉 직진하다보니 분수대가 보인다. 분수대에서부터 시작해서 효원공원까지의 600M에 이르는 거리가 바로 나혜석거리인 것이다.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1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1
 
수원에 살면서 나혜석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아마 수원에 살기 이전부터 교과서에서 들었던 이름이리라.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로 이름이 알려진 신여성이 나혜석이다. 학교 다니면서 들었던 나혜석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일제 강점기의 신여성이라는 명칭 자체가 긍정의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던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네 여성의 모습이 지고지순하면서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것만이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상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틀을 깨트린다는 것은 모든 활동분야에서 선구자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 일게다. 
하지만 부당하고 불합리한 벽을 허물고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대범한 도전은 나혜석에게는 불행의 신호탄이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그녀의 자유로운 사상은 남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야 만다. 
그로인해 강제로 이혼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고 자식과 친정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며 행려병자로 일생을 마치는 안타까운 삶을 살게 된다. 

언젠가 수원박물관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인문학 강의 중, 수원을 움직이던 몇몇 대단한 가문중의 하나가 바로 나혜석의 친정이었음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비난의 대상이던 나혜석이 다시 새롭게 조명되면서 만들어진 거리가 인계동에 위치한 나혜석거리인 것이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 사람의 어떤 점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예술가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나혜석의 면모가 부각되면서 이름 붙여진 나혜석거리.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2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2
 
여름의 길목에서 만난 나혜석거리는 내게 작은 평온함을 안겨준다. 그 거리에서는 한때 열정적이었던 그녀의 사랑도 정열도 모두 세월과 함께 식어버리고 이른 저녁시간의 느긋한 여유로움만이 느껴진다. 
차 없는 거리의 양쪽으로 즐비한 음식점들 가운데 한 곳인 커피전문점에서 따뜻하고 진한 커피를 앞에 두고 시원한 저녁바람으로 지친 하루를 씻는다. 

나혜석거리에 조성된 무대 위에서는 몇 명의 젊은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수원화성국제음악회의 일정 중 하나로 '힐링, 작은 음악회'라는 뮤지컬을 준비하는 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분수대에서는 엄마와 함께 구경나온 아기들이 솟아오르는 분수를 보면서 즐거워한다. 힐링이란 특별한 게 아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면 그것이 바로 힐링인 것이다.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3
나혜석거리의 풍경, 이것이 힐링이다_3
 
그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내게 나혜석이라는 여성은 여전히 나와는 다른 삶을 살다간 신여성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수원은 참 살기 좋은 곳이다. 
살기 좋은 곳 수원, 그중의 또 한 곳 나혜석거리에서 마음의 여유로움을 담아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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