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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시장 매력있네
2014-05-13 02:39:32최종 업데이트 : 2014-05-13 02:39:32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엄마, 오늘 저녁은 낙지볶음 어때요? 내가 해 드릴게요" 
"그것도 좋겠구나" 농수산물 시장에서 장을 보다 들리는 소리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농수산물 시장이 있는데 이 곳을 이용한 것도 불과 2개월 전부터이다. 가깝지만 전통시장보다는 아파트 근처의 마트를 이용하거나 아예 날을 잡아 대형마트를 주로 활용하곤 했었다. 

농수산물 시장 매력있네_1
주말에 전통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차량
 
전통시장이 있어 살기좋은 동네

"야, 너희 아파트 정말 살기 좋네.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용을 안했어?" 엄마가 말씀하신다. 가까이 농수산물 시장이 있고 시장 근처에는 도매급 대형 식자재 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시장 앞을 지나가다보면 이 곳은 장바구니보다는 왠지 트럭을 가지고 와서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살 필요도 없어서 발품을 팔기 보다는 근처 마트를 이용했던 것이다. 

농수산물 시장 매력있네_2
농수산물 시장의 전경-요즘은 꽃게와 새우가 많다.
 
엄마와 시장을 다니다 보니 이젠 꽤 익숙하다. 이곳 저곳에서 가격을 물어보며 사다보니 어떤 가게가 어떤 물건이 좋은지, 주인장이 친절한지 등도 알게되어 단골가게도 생겼다. 
수산물 시장은 가격대가 비슷하게 형성이 되기 때문에 싱싱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고, 자주 가다보면 다른 해산물을 넣어주거나, 할인을 해 주기도 한다. 꽃게를 산다면 된장국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조개를 끼워주는 식이다. 

나는 그런 흥정을 하는 것이 어색한데 엄마는 꽤나 잘 하신다. 
기본적인 가격대가 있지만 흥정을 하면서 서로에게 적정한 '기분좋은' 가격대가 형성된다. 그건 것이 전통시장의 매력인 것 같다. 
"내일 뭐해서 먹을까? 주말이니까 김서방 뭐 좀 잘 챙겨줘야지." 하면서 엄마와 시장을 보러 나왔다. 
둘러보다 "문어 한 마리 얼마에요?" 엄마가 물어본다. 
"이제 가게 닫을 시간도 됐으니까 3만 5천원에 가져가세요. 물이 좋아요." 
무게를 달아보니 1.7Kg이다. "그냥 3만원 해주세요." 엄마가 흥정을 시도하신다. 
"안돼요. 3만 3천원은 해야되요. 3만 5천원도 싸게 주는 건데" 
"현금으로 3만원 하면 되겠는데~" 
"그럼 현금 3만 1천원에 가져가소" 
엄마는 "3만원 하면 되겠구만" 하시면서 못이기는 척 3만 1천원에 거래가 성사된다. 
집으로 오면서 "그래도 문어가 물이 참 좋더라. 크기도 크고. 문어초밥도 해먹고. 내일 오빠네랑 캠핑갈 때 점심으로 가져가자" 하신다. 

다음날 캠핑장에서 엄마 말씀이 "어느 팀에서 문어를 씻고 있길래 문어 얼마냐 물었더니 1킬로 짜린데 2만 5천원 줬다며 싸게 샀다고 좋아하더라. 우리는 1.7킬로짜리 아니었나. 우리가 싸게 산거지" 하신다. 

청과시장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어서 물건을 보고 사기에 좋다. 어쩌다 떨이로 구매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출산하고 메론이 많이 먹고 싶었는데, 신랑이 마트에서 사온 메론은 2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한 2주 후에 시장에서 산 메론은 1개에 2천원이란다. 5개를 1만원에 샀는데 말랑거리는게 딱 먹기 좋았다. 
그리고 파인애플 4개를 7천원에 산 적도 있다. 하나는 상태가 좋지 않아서 거의 먹지 못했지만 3개에서 나온 파인애플의 양이 상당했다. 새콤 달콤한 파인애플을 원없이 먹기도 했다.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지만 또 가끔은 마주치는 폭탄세일이다.
이렇게 전통시장을 이용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 참 살기 좋은 동네였네!'

자연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전통시장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시장을 오가다 보면 시기별로 나오는 품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봄철에 쭈구미와 새조개가 한창이더니 꽃게와 새우가 나온다. 마트에 갔을 때는 크게 관심있게 보지 않았는데, 시장에는 다양한 가게에서 물품을 펼쳐놓고 팔다보니 그런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청과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사과와 한라봉, 천혜향 등이 한창이더니 딸기와 토마토가 붉은 길을 만들고 포도들도 눈에 띈다. 이제는 수박이 매대의 상당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마트에서 본 수박은 몇 만원 했는데, 시장의 수박은 8천원부터 1만 5천원대 정도의 가격대가 주를 이룬다. 

설탕수박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1만원 짜리 수박을 샀는데, 저렴하기도 해서 과연 이게 맛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와서 열어보니 '꿀 수박'이다. 씨도 없어서 먹기가 아주 편하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시장을 나오면 가족단위로 나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쪼그리고 앉아 과일을 보며 어떤 것을 살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것이 자연의 흐름도 알 수 있고, 경제 교육도 될 수 있는 체험학습이고 산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농수산물 시장 매력있네_3
청과시장-수박과 참외가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채소를 구입하는 것도 처음에는 이 집 저 집에서 구매를 하다가 마음이 통하는 주인장을 만나면 이젠 별 고민없이 그 가게로 가게된다. 그러면 주인장은 요즘 물품이 어떤지, 그리고 실속있게 나온 물품들을 추천하기도 한다. 고구마를 구매한다면 고구마의 차이를 말씀해 주시고 다른 고구마도 한번 먹어보라며 덤으로 끼워주시기도 한다. 
이것저것 구매하다보면 덤으로 버섯을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물건을 사러 가지만 나중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 또 시장이 아닌가 한다. 

농수산물 시장 매력있네_4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단골집 주인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활력이 느껴지는데 평일 오후에 시장을 찾다보면 한산한 느낌이 있다. 
이젠 소위 단골 가게가 된 곳을 운영하는 장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곳에서 3년째 채소 가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 가게에 계시지 않아 옆 집을 이용했었는데 안부차 물어본다. 
"지난번에 왔는데 안계시더라구요" 
"아, 식당에 배달 갔을 때 오셨나봐요." 
"그렇구나. 평일에는 시장이 많이 한산해 보이는데 요즘 어떠세요?" 
"그러게요. 요즘은 시국이 그래서 식당도 경기가 좋지 않네요. 그러면 시장에도 바로 영향이 오지요. 평일에는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적다보니 주로 식당거래가 우선되거든요. 그리고 주말에 주로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편이었는데 한 몇 주간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요." 한 숨이 깊다. 
우리나라를 뒤덮은 무거운 기운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변화된 장보기
 
전통시장을 이용하다보니 이제 마트에 가서 시장보려면 깜짝 놀라게 된다. 농수산물 시장에서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처의 식자재 마트를 이용하면 먹거리와 관련한 물품들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보니 마트에 가도 살 것이 별로 없다. 

마트에서 꼭 사야하는 것은 인터넷 장보기를 하면 과소비를 하지 않고 편리하다. 그래서 몸조리를 하는 두 세달 사이에 대형마트를 한 번 이용했다. 전통시장을 이용해보니 그 매력을 알 것 같다. 처음에는 다소 막연할 수 있는데 몇 번 다니면 훨씬 수월하다. 

저렴한 가격에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매력. 그리고 사람들의 정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큰 전통시장이 집 근처에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2년 반만에 알았다. 요즈음은 수박과 참외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오랜만에 전통시장에 나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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