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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2015-10-19 09:09:42최종 업데이트 : 2015-10-19 09:09:42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누가 말했던가. 갈대는 물가 습지에 자라는 것이며, 억새는 산과 들, 언덕에 자라는 것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저들도 사랑에 빠지다 보면 산과 물을 어찌 분간이야 할 수가 있었으랴 싶어진다.
혹자는 억새와 갈대를 헛갈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분하기 좋게 억새는 여자, 갈대는 남자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흰머리를 나풀거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연약해 보이는 모습과 함께 그보다는 더 굵고, 수수대처럼 묵직한 고개를 처박고 몸짓으로 말하는 갈대의 비유가 그렇다. 저들은 지금 미혹에 빠져 들어 천지분간을 못하며 미친 마음들인지도 모른다. 

수원에는 황구지천, 서호천, 수원천, 원천천의 4대 하천이 있지만 자연생태가 제일 아름답다 소문난 곳, 이곳 황구지천으로 지금이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답고 놓칠 수 없는 때가아닌가 싶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1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1

그러니까 황구지천을 찾은 것은 18일 오후였다. 지난 13일자 e수원뉴스 '수원의 새 명물 황구지천 자전거길 생겼네." 기사를 보고 돌 같은 마음에도 파문이 일었다고 할까. 이재준 제2부시장님을 비롯하여 관계공무원과 김진우 시의회의장님 등 50여명이 대거 참석하여 자전거를 타고 달렸을 것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여름에 갔을 때에는 길이 파인 곳이 많아 자전거타기가 그리 편치만은 않았는데, 새로 길도 고치고 나무도 더 심고 쉼터도 만들었다고 하니 왜 궁금한 마음 불현듯 가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빨간 아치가 명물인 황구지천 고색교 앞에서 출발하여 왕송호수공원까지는 9.2km다. 출발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 이곳에서부터 웅덩이진 곳에 보토한 흔적들이 동글동글 곳곳마다 여실하게 나타난다. 일부러 그곳으로 지나보니 그래도 약간은 '말 탄 기분'이 남아 있다. 

솔대교를 지나 수인선 옛 철교 흔적을 바라보며 오목천교 밑을 통과한다. 벌써부터 눈앞에는 억새와 갈대가 서로 마주하고 춤을 추며 눈길을 끈다. 백로와 왜가리들도 우두커니 물가를 바라보고 서서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황금들판에는 타작을 끝내고 하얀 포장을 한 볏짚들만 동그랗게 보이는가 하면, 아직도 거두지 못한 벼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정겹다. 
길은 흙길에서 오래된 옛 시멘트포장길로 바뀌며 여기저기 금이 간 채 벌어져 있다. 그러다가 호매실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다시 흙길이다. 보토가 잘되어 있어 말을 탄 기분도 사라지고 없다. 일요일이라 자전거족도 자주 만난다. 젊은 부부도 보이고, 아빠와 함께 아들과 딸이 릴레이를 하는 모습도 정답고,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2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2

금곡교를 지나자 또다시 억새와 갈대들이 군무를 펼친다. 물과 들과 길과 어우러져 경치를 더해준다. 길옆에는 넝쿨조차 마르고 없는 박 두 개도 홀랑 벗고 나와 대머리를 자랑하며 눈길을 끈다. 
그렇게 황구지천은 여기가 제일이다 싶으면 또 그것이 아니다. 만나는 곳마다 제멋에 겨운 가을 풍경들이 곳곳마다 숨어있어 발길을 잡으며 카메라가 바빠진다. 

농심교를 지난다. 오른쪽 들판에 펼쳐진 하얀 볏짚들, 처음엔 그것들을 보았을 때는 무엇인지 알지 못했는데 축산농가의 가축사료로 먹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겨울까지 남아 있기도 하며,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장수천교를 지나 우거진 수풀 언덕 아래 물줄기는 둠벙처럼 흐르는지 멈춰있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그 곳에 강태공 셋이 나란히 앉아있다. 고기가 잡히기는 할까 궁금하여 내려가 보았다. 곳곳에 '낚시금지'표지판이 서있지만 일요일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낚시꾼들도 많아보였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3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3

노부부와 아들인 듯싶었지만 모두가 빈손이다. 체면이 안 섰는지 조금 전에 왔다는 것이다. 미끼를 물어보니 된장과 어분을 사용한다며, 어분은 고기를 불러 모은다고 한다. 그러나 유혹에 걸려들면 죽는 것을 알았는지 아무리 기다려보아도 고기는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기도 못 잡고 저러다가 적발당하여 벌금만 30만원 내면 어쩔거나 싶었다. 

다시 페달을 밟는다. 황구지천은 어디 할 것 없이 억새와 갈대들의 천국 같다. 또 무슨 다리인가를 지났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그 길가 느티나무 그늘도 좋다. 다리를 지날 때면 거기가 무슨 다리인지 알 수가 없다. 다리 이름을 안다면 대략 어디쯤 가고 있을까 알 것 같은데 답답하다. 일부러 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가 다리 이름을 알아볼 때도 있다. 그래서 말이지만 황구지천을 지나는 다리들도 서호천과 같이 저마다 밑에서도 알아볼 수 있도록 작은 명찰 하나씩 달아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목적지인 왕송호수공원에 도착하니 오후 3시다. 이름은 공원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공원이 따로 없다. 제방 보수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출입금지를 알리는 줄이 처져 있지만 사람들은 물이 가득 실린 저수지 길을 유유자적 걷고 있다. 여름 가뭄에 왔을 때는 삭막한 생각만 들었지만 넓은 품안에 마음도 한결 여유롭고 그윽한 모습이다. 북쪽 끝으로 아스라이 펼쳐지는 그 편안함이랄까,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한 시간 반 동안을 달려온 선물이 아니겠는가. 남쪽 수문 여러 개 중 하나가 열린 가운데 급물살을 타며 황구지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그 물줄기를 따라서 돌아가야 한다. 그때 두 길 중 반대편 길은 어떠할지 몰라 그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먼저길보다 약간은 좁은 감도 들며, 사람들도 저쪽보다 별로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는 하였지만 전 길만 못하다. 금곡교인가를 지나자 음식점이 있고, 거기서부터는 시멘트포장길이 1km쯤 이어지며 신나게 달려가다 말고 이내 흙길이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4
자전거 타고 가다가 만난 황구지천의 가을 서정 _4

역시 반대편 길만 못하다. 간간이 요철현상도 남아있으며, 장비가 밀고 지나간 흔적 위에는 보토가 안 된 상태다. 그러나 물길을 에워싸고 있는 경관만은 빠지고 싶었으며, 얼마나 내려왔을까. 그 다리 밑을 지날 때다. 급경사를 내려와 도는 대목에 함몰된 곳이 있어 오싹하도록 위험을 느낀다. 길은 내려올수록 보수가 안 되어 있었으며, 자전거족들이 왜 반대편 길만 다니는지 알 것 같다. 

그 와중에 어느 다리가 또 나오며 길은 앞이 막힌 가운데 돌아서 가야한다. 이때다 싶어 마음을 바꿔 먹고 다리를 건넜다. 내려오다 보니 섬처럼 버티고 있는 그곳은 제법 백사장 같은 모래톱도 만들며 물길이 그렇듯 넓어진 곳이었다. 앞에는 이제 오목천교가 눈에 들어오고 있다. 다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마치 피안 길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꿈속을 달려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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