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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국화꽃을 감상하라, 미로한정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수원곳곳 돌아보기
2016-11-01 14:05:29최종 업데이트 : 2016-11-01 14:05:29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지만 깊어가는 가을 우리의 산하는 어디를 가도 어느 풍경을 봐도 시선을 멈추는 그곳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맑고 투명한 하늘색과 울긋불긋 타오르는 단풍이 어우러진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려면 도심 속 어디를 가봐야 할까.

화성행궁 광장에서 홍살문을 지나 속세를 벗어나듯 정갈한 마음으로 신풍교를 건너 신풍루 앞에 이르면 한창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느티나무 세 그루와 우뚝 솟은 신풍루가 반긴다. 신풍루 삼문으로 들어가면 좌익문이 앞을 막아서고 좌익문을 통과하면 중양문이 버티고 있다. 중양문을 들어서면 봉수당이 여러 부속건물들을 거느리며 당당하게 서있고 화성장대가 행궁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팔달산을 휘감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봉수당 처마는 단풍 물이든 것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가을엔 국화꽃을 감상하라, 미로한정_1
가을빛으로 물든 화성행궁

봉수당 뒤 행궁 깊숙한 곳 언덕 위에서 미로한정이 행궁을 굽어보고 있다. 주변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은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듯 시원하고 향긋한 솔향기는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 같다. 미로한정에 앉아 행궁을 바라보면 팔작지붕 겹처마와 맞배지붕이 맞닿아 아름다운 곡선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시선을 멀리하면 신풍루를 지나고 동쪽 성곽에 이르는데 고풍스런 풍경과 현대적인 헬륨기구가 만나 이채롭다.

미로한정(未老閒亭)이라는 말은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는 뜻으로 노래당(老來堂)과 함께 1804년에 세자에게 양위하고 화성으로 가려던 정조대왕의 뜻이 담긴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래(老來)란 말은 '늙는 것은 운명에 맡기고 편안히 살면 그곳이 고향이다'라는 당나라 백거이 시인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가을엔 국화꽃을 감상하라, 미로한정_2
화성행궁 미로한정

수원화성을 축성한 이후 정조대왕은 신하들과 화성 춘8경, 추8경을 정하고 단원 김홍도에게 병풍으로 제작하도록 했다. 미로한정에서 국화를 품평하는 경치를 한정품국(閒亭品菊)이라 하여 추8경이라고 하는데 국화꽃이 만발한 이맘때의 풍광이다. 행궁 후원 깊숙한 곳에서 행궁을 내려다보며 국화꽃을 감상하는 것은 꽤 운치 있는 일이다.

미로한정에는 편액 현판 1좌, 정조대왕의 어제시 현판 1좌와 신하들이 화답한 시(詩) 현판 2좌가 걸려있었다는 기록이 화성유수 박기수(朴綺壽)가 1831년에 편찬한 화성지 속편(華城志 續編) '미로득한정(未老得閒亭)' 편에 나온다. 이때 판중추부사 박회수, 영의정 김좌근, 우의정 조두순 등 31명이 시를 지었는데 31편 중 2편만 현판으로 걸린 것인지 31편 전체가 2좌로 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자의 품격이 남달랐을 것 같다. 어제시를 비롯한 모든 시(詩)가 기록으로 남아있으니 시(詩) 현판을 제작해 걸어놓으면 미로한정이 더욱 운치 있을 것이라 본다. 

가을엔 국화꽃을 감상하라, 미로한정_3
정리의궤 미로한정도

미로한정은 왕의 정자이며 국화꽃이 만발한 곳도 왕의 정원이었다. 그에 걸맞게 미로한정 주변 정원을 품격 있게 가꾸었으면 좋겠다. 각종 국화와 매화나무를 심으면 봄과 가을에 그윽한 정취가 있는 명소가 되리라 본다. 김홍도의 한정품국도를 보면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게 표현되어있고 정리의궤의 미로한정도를 보면 화사한 봄꽃이 핀 정경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을 참고하면 된다.

1795년 윤2월 9일부터 16일까지 정조대왕은 6천여 명의 수행원과 함께 8일간 수원행차에 나섰고 그 중심에 화성행궁이 있었다. 행궁에서는 숙박뿐 아니라 과거시험, 어머니 회갑잔치, 양로연 등의 행사가 열려 더욱 의미가 있었다. 8일간의 행차에 대해서는 '원행을묘정리의궤'와 '화성능행도 8폭 병풍' 등의 기록과 그림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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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한정에서 바라본 화성행궁

당시의 스토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화성행궁은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극의 촬영명소로 '대장금', '이산', '해를 품은 달', '왕의 남자',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수많은 명작이 탄생되었고, 무예24기 시범공연, 장용영 수위의식, 정조대왕 거둥 등의 행사가 인기리에 재현되고 있다.

화성행궁은 과거의 공간으로 박제된 것이 아니고 광장으로 통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고풍스런 행궁을 둘러보고 미로한정에 앉아 행궁을 안아보고 신풍루 앞에서 펼쳐지는 신나고 재미있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면 깊어가는 가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화성행궁, 미로한정, 한정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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