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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수원 곳곳 돌아보기
2016-06-13 11:09:00최종 업데이트 : 2016-06-13 11:09:0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지난 주말 서둔동에 위치한 구(舊)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이하, 농생대. 면적26만8천487m²-경기도15만2천70m²+서울대 116,417m²)이 '경기상상캠퍼스'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1906년 농림학교 개교에서 1946년 서울대학교 설치· 병합 후 2003년 서울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까지 이곳은 인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과 함께 농업진흥책의 본거지로서 그 역사는 정조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성축성(1794~1796)을 뒤잇는 사업으로 농업기술 개발과 수리사업, 둔전 경영 등을 이곳 수원에서 먼저 실험하고 전국적으로 시책을 파급시키기 등 당시 선진 기술의 최고봉이 단행됐다. 지금은 지방으로 내려갔지만 농촌진흥청이 수원에 자리하고, 농생대가 탄생된 배경에는 이런 역사가 숨어 있다.

그 위대한 역사를 담고 있지만 농생대가 서울로 이전한 후 2007년 농업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가 입주하고, 이듬해 농생대 수목원이 개방됐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대는 푸른지대 딸기밭과 더불어 수원토박이와 인근 주민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랬는데 13년 만에 경기청년문화창작소로 개관했다. 
도심에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청년들의 창작실험과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공간 '경기상상캠퍼스'란 명패를 내걸고.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1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1

비밀의 숲, 그곳에는 백년의 시간이!

1986년 안산시 사동으로 편입된 화성시 반월면 샘골(천곡리). 이곳은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태어난 배경 마을이었다. 반월면은 1995년에 안산, 군포, 수원으로 분할 편입되면서 사라졌는데 주인공은 이곳사람 채용신의 실제모델로 YWCA 소속으로 마을주민과 학교건물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의 얼을 잊지않는 청년들이 수원 이곳에서 야학을 잇고 있다. 

유신체제에는 학생들이 강력하게 저항했다. 김상진의 분신사건도 일어났다.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Sand pebbles)는 당시 대학가요제를 석권했다. 그렇게 농생대엔 역사와 자연세의 더께가 쌓이고 쌓여만 갔다. 그 판이 멈춰진 2003년까지. 

그리고 2016년 여름의 시간으로 질주하던 즈음, 13년간 잠들어있던 시간을 깨우고 '경기상상캠퍼스'로 다시 환생했다. 아, 그곳에 백년의 시간이, 비밀의 숲속이 있을 줄이야! 오히려 일찍 개방· 개발되지 않았기에 잘된 일이었다.

역발상의 전시, 기가 막히게 좋다

경기상상캠퍼스란 이름으로 개방된 전체공간엔 크게 사색의 동산, 어울 마당, 하늘정원 등 이름을 달리하는 놀이터와 쉼터가 있지만 중심공간은 농원예학관과 농공학과를 리모델링한 '경기청년문화창작소'와 '상상공학관'이다. 늙고, 낡고, 오래된 것에 무엇을 어떻게 덧입혀야 공동체의 공간으로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지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2014년부터 고민했다. 지역의 주민들이, 청년들이, 장인들이, 예술가들이 '모두 함께 나누는 마당'으로 판을 짜고 2년 만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그 속을 공개했다. 6월11일 개방 후 여전히 프로젝트는 진행된다.

이날 캠퍼스에 첫발을 디딘 사람들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각자의 바람을 입구 소망나무 가지에 내걸었다.
'놀이터 생기게 해 주세요',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체험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간절해요', '키즈파크, 워터파크 생겼으면 좋겠어요', '청년문화 창작 활동이 기대돼요'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2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2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3
기발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상상공학관, 강우현 남이섬부회장을 만나 잠시 포즈를 취했다

여기에 감성문화복합공간의 색다름이 더해져 특급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리퍼블릭' 상상공학관에 전시중인 '오마이 독(Oh my god)', '한국의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책 갤러리', '김현 디자인 포스터전', '우현 그래픽스전', '김미식 퀼트전' 등 기발하고 발칙한 전시는 그야말로 보는 자, 읽는 자의 즐거움이 최상급인 전시다.  시대성을 반영하는 역발상의 전개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진다.

욕심은 금물, 지금 그대로 보존

사실은 입구부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문구와 플래그에 약간 당황스럽다. 상상망치 강우현CEO의 남이섬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때문이다. '경기상상캠퍼스-대한민국 상상나라 경기수원생생공화국'이란 이름과 숲속 경관 곳곳에 나붙은 국기와 명패 등이 약간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알고 보니 그의 상상력이 접목된 게 맞다.
그럼에도 다소 안도의 숨이 쉬어지는 건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꽃밭이 아닌 채소밭을 가꾸고, 무조건 크고 일관성 없는 재료로 안내판을 세우는 대신 아름다운 글씨체로 석조(石彫)명패를 새기고, 의자와 정자도 알맞게 들어서게 하는 등 전체 조망이 좋다. 

주최 측에 의하면 2단계 프로젝트로 올 연말까지 어린이 책 놀이터, 지역 생산물과 연계한 카페, 생활예술 공방, 문화기획 학교, 생활예술 아트숍 등과 함께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업사이클링도 진행된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부족한 듯 보이지만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마당으로 더 채워진다면 아무라도 찾아가는 '도심의 숲속 상상나라'로 수원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할 테다. 푸른지대 딸기밭의 달콤한 쉼터 공간으로, 서둔 야학 배움터의 명성을 잇는 청년 창작의 공간으로. 
다만 경계할 것이 있다면 너무 많은 욕심은 버려야 할 것이다. 여백의 미(美)를 추구하는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인공적인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속에서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그런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례로 전북 완주 삼례역의 재탄생을 눈여겨볼 일이다. 물론 공간의 규모는 다르지만 이곳도 '양곡창고'라는 백년의 시간이 담겨있다. 남루함으로 오랜 세월을 버틴 결과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일임에도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했다. 
용도 폐기된 건물에 문화카페, 비주얼미디어아트 미술관, 문화카페, 책공방, 책박물관, 목공소 등이 들어서면서 복합문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관광객의 발길을 모은다. 봄· 가을 예술인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축제까지 여는데 공간 활용의 좋은 예를 선보이며 변신은 이렇게하는 것이라는 걸 여실히 일러준다. 

농대의 변신, 감성 복합문화공간  '경기상상캠퍼스'_4
드넓은 자연속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이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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