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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담었어" 그 인심 한번 참 푸짐하다
권선시장에서 추석 대목장을 보다
2014-09-08 11:31:54최종 업데이트 : 2014-09-08 11:31:5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권선동이라는 지명에 사설을 붙이지 않더라도 왠지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오래 전인 고려 말부터 한림학사 이고선생이 이곳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사람들에게 항상 이웃에 착하게 살아라는 가르침을 주었으니 그 선함이 오늘날까지 이르지 않았을까? 세곡초등학교 앞에 있는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이고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기곤 한다. 

'더 담었어 그 인심 한번 참 푸짐하다_2
'더 담었어 그 인심 한번 참 푸짐하다_2

추석 전날인 7일 오후 권선시장에 가 보았다.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보내야했기 때문에 분위기상 명절 음식 흉내라도 낼 심산이었다. 혼인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단출하게 우리 식구들끼리 맞게 되는 날이라 몹시 어색했다. 
지금쯤은 거창 형님 댁에 가 있어야 할 시각인데 여유롭게 시장구경을 나섰지만 마음은 왠지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여러 생각 없이 습관처럼 20년을 명절을 빠뜨리지 않고 귀향길에 나섰으니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시장에 나오길 잘했다. 권선시장 주변에는 차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대목장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음식재료를 사고 양손에 짐을 든 사람들이 끝없이 들어가고 나온다.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송편이나 조금 사다가 먹으려고 했는데 양손에 무겁게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자 왠지 나도 많은 것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뭘 사야 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채운 시장 통으로 들어갈 용기도 나지 않는다. 

지난 설 명절쯤에 못골시장에서 대목장을 보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결국 두부 한모밖에 사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권선시장에는 단골집이 여럿 있다. 물건을 굳이 사지 않더라도 안부를 묻고 봉지커피 한잔에 세상 돌아가는 얘기정도의 안면이 있는 상인들은 많았다. 
입구에 있는 반찬가게에 들러서 인사를 건 냈다. 먹음직스런 전이며 나물 각종 반찬들이 품목마다 개별포장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고 가라는 권유를 사양하고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안녕하세요? 송편 섞어서 만원어치 주세요." 인사하는 소리에 바쁜 손을 움직이던 사장님이 흘깃 쳐다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한다. 
떡을 담고 포장하는 양손이 바쁜 가운데 그동안의 안부를 물어본다. 떡을 저울에도 재 보지도 않고 대충 봉지에 넣어 주시면서 "더 담았어" 한다. 

권선시장에 오면 왈가왈부 사설을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는 것이 편하고 좋다. 단골점포와 거래하는 것이 좋은 점이 그런 것이다.

떡집마다 가판대 앞에는 차례상에 올리려는 송편을 사기위해 줄을 섰다. 대 중 소 크기를 달리하여 포장한 것을 구미에 맞게 살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찾는 것이 2만원짜리라고 한다. 한눈에 보아도 차례를 지내고 대가족이 아니라면 가족들이 둘러 앉아 나눠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다. 천연의 식용색소를 입혀서 다양한 색깔이 불긋불긋 용기에 담아놓은 것이 한 송이 꽃과 같다.

'더 담었어 그 인심 한번 참 푸짐하다_1
'더 담었어 그 인심 한번 참 푸짐하다_1

떡집을 지나 생선가게 또 정육점 가는 곳 마다 인파에 밀려 두부집에 닿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두부 한모에 이천원이다. 평소에 두 모 양을 한모로 삼천오백원에 판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말랑거림이 두 손에 느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얼린 식혜 한 병에 4천원이다. 친정에 갔더라면 엄마가 해주는 식혜를 먹겠지만 시장에서 손쉽게 살 수 있으니 이것도 편리함에 감사할 뿐이다. 
권선시장의 대표적인 메뉴로 족발의 유명세를 떨친 지 오래이다. 족발집 홀마다 손님들이 가득하다. 주부들이야 가정에서 명절음식 만들기에 바쁘겠지만 남자들이야 오랜만에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즐거운 만남이리라. 

명절이란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와글와글 이야기 소리가 담을 넘을 때 활기를 느낀다. 벌써 부모님을 찾아뵙고 가족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정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권선시장에서의 짧은 명절 장보기를 통하여 명절이 있어 바쁜 일상을 쉬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 정을 나누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조상들의 지혜로운 풍속을 지키면서 후손들은 감사와 풍요로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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