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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환신 시인의 '과일장수 박씨'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6-15 18:45:54최종 업데이트 : 2018-06-15 18:46:46 작성자 :   e수원뉴스
용환신 시인의 '과일장수 박씨'

용환신 시인의 '과일장수 박씨'

여름에는 과일이 많아 좋다. 불볕더위, 무더위 견디는 힘을 얻으니 말이다. 무슨 보양식 운운해도 과일처럼 물리지 않고 즐길 만한 먹거리도 없지 싶다. 워낙 풍요롭게 즐기다 보니 과일에도 빈부차가 나타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참외, 수박 같은 여름 과일이 골목에도 많이 나와 입맛을 다시게 하는 때다.

여름 과일 골목을 그린 용환신(1949~) 시인은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회(현 한국작가회의 전신) 기관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이후 수원지역 민주화운동에 선도적 역할을 했는데, 당시의 경험과 관점을 장시집 '겨울꽃'에 담아냈다. 광교산 정기를 정신적 기둥 삼아 역사적 격랑을 헤쳐 가는 민중의 삶과 꿈을 겨울꽃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시인은 '삶의 저지대'도 유심히 살펴 왔다. 그 중에 평동이 있는데, 군 비행장 근처라 개발이 막힌 수원 변두리의 도시빈민들이 겪어내는 곤고한 일상에 주목한 것이다. 이 시는 평동 연작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으로 '과일장수'의 나날을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과일장수 모습을 고단하지만 건강하게 그림으로써 우리네 민초의 힘을 따스하게 담아낸다.

'박씨'는 평동 같은 변두리 골목을 찾아 자리 잡는 '오척 단신 떠돌이 과일장수'. '경운기 개조해 만든 짐칸'만 봐도 어려운 살림이 훤히 보인다. 그런데 그 '짐칸도 너무 높아/매번 까치발 세워 손님'을 맞는다니 상상만 해도 안타까운 지경이다. 그의 '까치발'은 곧 삶의 까치발, 아무리 높여도 금방 후들거려 뒤꿈치를 내려야 하는 처지의 은유다. 그래도 그는 매번 까치발을 세우고 웃으며 손님을 맞으리라.

그래도 과일이 다 팔리면 가볍게 집으로 내닫겠지.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골목길'을 끌고 가는 저녁도 많을 게다. 요즘 같은 대형마트 시대에 골목의 과일 경운기 '녹음테이프'에 끌려올 손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날 '바위 같은 어둠'이 '퍼내려' 오면, '지나온 길마저 휘청거려' 갈 곳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먼 불빛 속 저 너머'로 향하니 '고만고만한 아이들 속삭임'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일장수 박씨'는 오늘도 골목골목을 찾아 낡은 녹음테이프를 틀 것이다.

시를 읽으며 골목 어딘선가 과일장수를 마주치면 한 봉지 사리라 마음먹는다. 큰 마트보다 싱싱한 과일이 골목에 더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좀 무거워서 탈이지. 그래도 사정 훤한 골목 과일 사서 여름 저녁을 달게 보내면 서로 더 다디단 저녁이 되리라.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용환신 시인, 과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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