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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수 시인의 '하학길'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6-22 18:15:18최종 업데이트 : 2018-06-25 08:02:42 작성자 :   e수원뉴스
박석수 시인의 '하학길'

박석수 시인의 '하학길'

불볕의 온도가 높아지면 하학길은 더 길고 괴로웠다. 냉방까지 갖춘 버스가 자주 다니는 지금과 달리 교통사정도 주머니사정도 형편없던 시절 이야기다. 그때는 말 그대로 땡볕 속을 고행하듯 걸어야 했다.

박석수(1949~1996) 시인도 하학길이 자주 그랬나 보다. 시인은 1971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이라는, 수원지역 시인으로서는 매우 앞선 등단을 했다. 1981년에는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되며 시와 소설을 같이 썼다. '술래의 노래', '방화(放火)', '쑥고개'의 시집과 '철조망 속 휘파람', '차표 한 장' 등의 소설집을 냈는데, 초기에 주로 그린 수원 연무동에서 송탄 쑥고개로 집중되었다.

송탄 출신이지만 수원에 와 살고 학교 다닌 경험은 수원의 여러 시편으로 탄생했다. 특히 시인이 한때 살았던 연무동의 길과 냇물과 전봇대 같은 기억의 생생한 형상화는 60년대 변두리 삶의 고샅을 세밀히 보여준다. 어린 시절이 평생의 문학적 근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박석수 시인은 초기의 많은 시가 어린 시절 경험한 도시 변두리 삶의 어려움과 즐거움이다.

이 시는 그 시절의 동화 같다. '9․9단을 외우지 못해/늦게까지 벌서고/혼자 돌아오는' 하학길. 소년은 자기만의 상상놀이에 빠져 힘든 상황을 이겨낸다. '도랑물이 도랑도랑 울어쌓고,/나는 쪼맨 노을을 싣고/종이배로 흘러가'는 '양회다리'에 앉아 '9․9단'을 외는 것. 정경이 환히 보이는 정겨운 묘사다. '도랑도랑' '도랑물'이랑 '쪼맨 노을'이랑 '종이배'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석수 소년의 꿈을 보여준다.

'연무동입구 양회다리에/까만 책보를 끼고 앉아' 있던 자그마한 소년. 그 속에 응어리지고 불타던 열정은 결국 시로 쏟아져 나왔다. 남보다 뜨겁게 느끼던 허기와 결핍의 질량만큼 치열하게 써낸 시와 소설들은 오늘에 와서 다시 자리매김 중이다. 곤고했던 수원의 추억으로 연무동도 특별한 지명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늦게까지 벌서고/혼자 돌아오는 길'이라니, 마지막에 오면 그만 먹먹해진다. 이쯤서 옛 하학길을 더듬는 불그레한 눈들도 있으리. 아직은 선선한 저녁, 시와 깊이 거닐다 보면 흰 종이배 같은 달과 문득 만나기도 하리.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박석수 시인, 하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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