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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자 시인의 '서둔리 안부'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7-30 08:32:58최종 업데이트 : 2018-07-30 08:33:33 작성자 :   e수원뉴스
홍금자 시인의 '서둔리 안부'

홍금자 시인의 '서둔리 안부'

연일 치솟는 폭염의 기록. 지구 곳곳이 앓는 소리, 모든 생명의 헐떡이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숨을 놓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있으니 더위가 갈수록 무섭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불가마로 치닫는 폭염의 연속에 날마다 건강을 살펴야 할 판이다. 

매순간 찬물이 그리울 때. 홍금자(1944~) 시인의 서둔동 추억에 다시 빠져본다. 시인은 1987년 '예술계'를 통해 등단한 후, '고삐 풀린 시간들', '그리움의 나라로', '외줄 타는 어름사니' 등 17권의 시집을 냈다. '삶의 길과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방향성을 고수'하는 '시의 길'에서 정년 후에는 더욱 활발해진 시작(詩作)의 도정을 보여준다.

서둔리 즉 서둔동은 시인의 고향이니 어린 시절 추억은 다 거기서 나올 법하다. 꼭 고향이 아니라도 서호를 찾아가 보면 참으로 넓고 푸르러서 속이 다 시원해진다. 예전에는 그 물에 뛰어들어 헤엄 치고 물장구치며 여름을 났다고 한다. 물론 가장자리나 둑 아래 물이겠지만. 아무튼 멀리서도 서호를 찾아 물놀이며 소풍을 즐겼다니, 그 마을 아이들은 최고 놀이터요 수영장을 갖고 자란 셈이다. 

간혹 '파랗게 질린 물길'에 떨기도 했겠다. '나무다리 이따금 쪽판이 빠져' 있을 때는. 그럴 때 꼼짝없이 묶인 듯 후들거리던 시간은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무섭게 떨던 기억은 길게 남기 마련이고, 더러는 훗날 꿈에도 종종 나타나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 깊은 서호의 나무다리를 건너는 것만도 떨릴 판인데, 쪽판 하나가 떨어져 퍼런 물이 널름대면 얼마나 무서웠을 것인가.

하지만 시인이 더 즐긴 것은 '물 떨어지는 낙차 밑에서' 놀던 여름 풍경. '축만제(祝萬提)'로 축조(1799년 내탕금 3만 냥을 들임)됐으니, 큰 이름만큼이나 품은 것도 많다. 2016년 세계관개시설유산에 최초로 등재되며 서호의 가치를 더 널리 알려졌다. 풍격으로도 이름이 났는데, 높은 둑 밑에서 물 떨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장쾌했다 한다. 그런데 그 물줄기를 등에 받으며 놀았다니 간담이 서늘하며 아프기도 했을 법하다. 그 장관을 찍은 사진도 꽤 있는데, 푸른 낙차 즐기던 모습까지 훤히 잡힌다.

서호가 아니어도 여름이면 동네 개울은 다 수영장이었다. 부끄러울 것 없던 아이들은 물만 보면 그냥 뛰어들어 한바탕 놀았다. 그리곤 파래진 입술로 달달 떨며 뙤약볕에 몸을 말렸다.

'옷 벗고 헤엄치던 거기' 문득 간절해진다. 아, 그 시절의 벗은 벗들이여. 풀여치 같은 맨몸의 시간들이여.
시 해설 정수자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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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노래하다, 홍금자 시인, 서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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