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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 시인의 '물의 행로'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8-10 18:56:29최종 업데이트 : 2018-08-10 18:56:52 작성자 :   e수원뉴스
홍순영 시인의 '물의 행로'

홍순영 시인의 '물의 행로'

비를 요즘처럼 절실히 부른 적이 있었던가. 농사철 타는 가뭄 속 기우제는 당연히 그러했다. 하지만 기상 관측 이후 최강의 폭염 행진에 비가 도처에서 절실해진다. 물로 생명을 잇는 생물들은 다 그런 위급 상황에 처해 하늘만 보고 있다.

시에서라도 물을 만나고 싶은 까닭이다. 안 보이는 곳까지 추적하는 '물의 행로'. 홍순영(1963~) 시인은 2011년 '시인시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와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을 냈다. 상상력과 개성의 극대화로 삶의 사소한 영역을 확장한다는 평을 받는데, 수원에서의 작품 활동도 그만큼 활발해지고 있다.

수원은 물의 고장, 전해온 이름부터 물을 품은 물고을이다. 예전에는 수원의 깊숙한 고샅까지 서해의 물길이 들락거렸다고 한다. 지금도 수원천과 서호천, 원천천, 황구지천 같은 하천이 수원을 지나지만 수량은 넉넉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물난리를 안 겪는 대신 아쉬움도 나온다. 수원천에 물이 조금만 더 많아도 화성 팔경의 매혹이 한층 높아질 텐데! 하는 소리가 특히 크게 들린다.

그런 풍경 아니어도 일상의 물소리에 문득 귀 기울일 때가 있다. 물은 '어디서 태어나' 잠 안 드는 밤이면 '핼쑥해진 얼굴로 내 집 앞을 지나가는가'. 그렇듯 별 소용없는 추적으로 '홈통' 속의 '훌쩍임'에 또록또록 귀가 커지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울컥거리며 부서지는/비의 발자국들' 뒤도 괜스레 새삼스레 밟는다. 시란 본디 소용없는 것에 혼이 잘 팔리는 것, 우리까지 그 행로를 좇으며 물의 운명을 짚는다.

'이 별을 적시며 밤새 흐르고 있을/모든 물의 행로가 궁금'할수록 물이 제발 '이 별'로 모이길 바라는 때다. 그래서 '물들이 한곳에 모여/서로의 입에 달빛 떠 넣어주는' 아름다운 소리에 길게 취하고 싶다. 비 퍼붓는 소리보다 그리운 게 없을 정도로 메마르고 뜨거운 나날, '물의 행로'를 읽으며 자꾸 비의 행로를 부르는 까닭이다.

소나기라도 퍼부어주길! 지금까지 참은 것 다 쏟아 수원천에 멋진 물소리 풍경을 펼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인위적인 물길도 많지만, 자연이 이루는 물의 행로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품격을 주니 말이다. 풍성한 물의 행로 속을 어서 거닐고 싶다.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홍순영 시인,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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