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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영 시인의 '적막(寂寞)'
詩 해설 정수자 시인
2018-08-24 19:44:56최종 업데이트 : 2018-08-27 09:26:48 작성자 :   e수원뉴스
박복영 시인의 '적막(寂寞)'

박복영 시인의 '적막(寂寞)'

처서가 지나야 가을이라고, 바람 마중을 청했다. 서늘한 쾌감 한껏 안는데, 너무 불러서인지 묘한 쓸쓸함이 끼친다. 휴가로 마음 놓고 놀던 여름 배웅이 아쉬워서일 수도 있지만….   

박복영(1962~) 시인도 그 비슷한 적막감을 돌아본다.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 등단 후 작품 활동도 활발한 편이었건만, 신춘문예(2014년 경남신문/시조, 2015년 전북일보/시)를 다시 거쳤다. '낙타와 밥그릇' 외 4권의 시집과 시조집 '바깥의 마중'을 냈다. 수원지역에서의 활동도 늘었는데, 밀도 높은 언어로 담아내는 서정적 울림이 돋보인다.

'치자꽃'이 피었다. 그것을 보고 '와락, 하얘졌다'니 하얀 개화에 시인도 순간적으로 꽤나 하얘졌나 보다. 그런데 '설익은 탱자가 어쩌자고//땡볕을 불러들여 그림자를 채우는지' 읽는 사람 마음에도 묘한 그늘을 전이시킨다. 그 그림자의 무늬로 어룽더룽 짙어지는 가을마당을 무연히 바라보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잡히는 듯하다.

아무려나 '마당에 가을을 닮아가는 그늘이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숨어드는 동안'이 있다. 그게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짐작만 얹어볼 뿐이지만, 어쩌면 '쓸쓸함'이 익어가는 동안이리. 그것도 '노랗게 익어가겠다'니, '설익는 탱자'에서 비롯되는 익어감의 추이가 색다르게 짚인다. 익어가는 것을 '쓸쓸함'으로 보는 데서 적막이 한층 깊어진 까닭이겠다.

'먹구름이 부르튼 입술을 적시는 저물녘'이라면 비소식이라도 닿은 것인가. 행간의 입술을 하릴없이 만져본다. 돌연히 '식어가는 아랫목이 안타까웠다'는 데서 마음이 더 서늘해진다. 삶의 '아랫목' 식어가는 아쉬움을 그리 빗대본 것인지, 아니면 기다리던 누군가가 오지도 않았는데 치자꽃이 서둘러 지나갈 듯 안타까운 것인지. 그 안팎을 짚을수록 심경의 그늘이 여럿 어룽댄다.

다 아니어도 좋겠다. 그늘 짙어가는 가을마당을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는 적막이면 어떠랴. 그러다 깊어가는 쓸쓸함 좀 덜어야겠다고 그리운 얼굴 몇 불러서 잔을 오래 부딪친들 또 어떠랴. 생은 그렇게 조금씩 더 적막해지며 오는 가을 맞고 가는 가을 보내는 것이려니.

그간 함께한 독자들께 가을바람을 올린다. 바쁜 일상에 묻힌 감성들 꺼내어 시와 거닌 서정적 시간이었기를 바랄 뿐. 오래 보면 자디잔 먼별도 맑게 빛나는 법. 이 가을도 별과 시와 바람과 부디 흐뭇이 지내시길….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시 해설 정수자 시인의 약력

수원을 노래하다, 박복영 시인,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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