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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지 못한다면 죽이리라
[연재소설 244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9-09 09:36:04최종 업데이트 : 2010-09-09 09:36:04 작성자 :   e수원뉴스

갖지 못한다면 죽이리라_1
그림/김호영


  그때 심환지는 결심했다.
  '갖지 못한다면 죽이리라.'
  이미 주슬해를 통해 묘적사의 존재를, 현의의 실력을 전해 알고 있었던 그였지만 그날 본 현의의 움직임은 감탄이었고 공포였다. 

  몇 번 주슬해를 통해 현의를 갖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슬해는 그때마다 확신했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칫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제 묘적사는 불에 타 없어졌다. 그곳에 있던 무승들도 대부분 죽였다.
  오직 현의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임금의 장례를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오늘 주슬해는 현의의 목을 가지고 왔다고 연락을 해왔다.
  심환지를 태운 평교자가 경복궁을 동쪽에 두고 창의문에 닿아있는 백운동(白雲洞) 쪽으로 움직였다. 가마를 진 사내들의 걸음이 다급했다. 가마는 백운동을 지나 기와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골목들을 지나쳐 북촌(北村) 순화방(順化坊) 그의 집으로 움직였다.   

  "어디 있느냐?"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심환지는 주슬해를 찾았다.
  "안쪽 훈련터에 있습니다."
  연통을 넣고 내내 기다리고 있던 노살이 잰 걸음으로 심환지의 길을 잡아나갔다.
  "그 자의 목을 보았느냐?"
  "대감마님이 먼저 보셔야 하지 않겠는지요?"
  급해 묻긴 하였으나, 그건 노살의 말이 맞았다.
  주슬해는 노살의 말처럼 훈련터 가운데에 서 있었다. 터로 들어서며 심환지는 그의 손에 들린 보자기를 보았다. 머리 하나가 맞춤하게 들어갈 크기였다. 주슬해는 그러나 들어서는 심환지를 보고 예를 갖출 생각도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어찌 그리 멀뚱하고 있는 것이냐? 예를 갖추지 않고!"
  그제서야 주슬해가 심환지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그러나 동태는 자못 건성이었다. 노살이 그런 주슬해의 태도에 송구스러운 몸짓을 지었다.
  심환지가 그런 노살에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제 스승의 목을 가져왔으니 저도 사람이라는 게지." 
  노살이 주억거렸다.
  주슬해는 터 한 가운데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심환지가 자신을 향해 한 발 한 발 서두르는 기색없이 다가오는 동안에도 주슬해는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선기장!"  노살의 나무라듯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주슬해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심환지가 그 앞에 섰다.
  "여기서 보여줄텐가?"

  주슬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아직 유시인데도 해는 이제 제법 서쪽 하늘 끝까지 옮겨가 있었다. 어느새 가을이었다. 임금이 승하한 때는 더운 여름이었는데.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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