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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문턱에서 헤매다
[연재소설 206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7-15 10:23:23최종 업데이트 : 2010-07-15 10:23:23 작성자 :   e수원뉴스

 생과 사의 문턱에서 헤매다_1
그림/김호영


무예도보통지

  다시 현의는 생과 사의 문턱에서 헤매고 있다.
  바람이 몹시 분다. 묘적산의 나무들이 바람에 속절없이 제 가지들을 흔들린다. 숲의 풀들이 바람에 일제히 몸을 눕혀 쓰러진다. 바람에 승복자락이 부풀어 올라 펄럭인다. 현의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바람을 거스르며 길을 가고 있었다. 
  스님, 누군가 그를 부른다. 태의 목소리가 아니다. 슬해의 목소리도 아니다. 희의 목소리도 아니다. 그가 뒤돌아본다. 한 사내가 뒤에 있다. 그 사내다. 산에서 굴러 떨어져 묘적사에 들어왔던 사내. 네 이놈. 현의가 사내를 호통을 친다. 사내가 웃는다. 현의가 사내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사내가 한 걸음 뒷걸음을 친다. 사내는 여전히 웃고 있다. 비웃음이다. 현의가 고함친다. 

  "네 이놈, 네 놈이 기어이 슬해를 꾀어낸 것이냐?"
  사내는 여전히 웃고 있다. 사내가 말한다.
  "그때 나를 쫒아내구서."
  맞다. 그때, 현의는 다친 사내를 민가에 옮겨놓고 그의 뒤를 밟았었다. 그래서 저들의 음모를 알아냈다. 현의가 묻는다.
  "하여, 슬해를 꾀어낸 것이냐?"
  사내가 웃는다. 현의가 사내를 향해 다시 한 걸음 다가서고 사내는 물러선다. 스승님, 누군가 그를 부른다. 희의 목소리다.    

  "스승님."
  다시 들리는 부름. 이것은 슬해의 목소리다. 겹쳐 들리는 그를 부르는 소리.
  "태야."
  현의가 뒤를 돌아선다. 그의 손이 가만 흔들린다. 그의 손을 부여잡은 손이 따뜻하다. 현의가 눈을 뜬다. 
  이태는 스승을 보았다. 스승의 눈빛은 몽롱했다. 날 선 칼처럼 분명하던 스승의 명징한 눈빛은 어디로 갔는가. 이태의 가슴에 슬픔이 차올랐다.

  "잘못했어요, 스승님."
  스승이 정신을 놓기 전 그에게 했던 질타에 대해 이태는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그것은 운명이었어요.' 이태는 말하지 못한다.
  "약속을 못 지켰어요. 그렇게 안 됐어요, 모두가 제 잘못이예요."  이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꼭 지키려 했었어요.' 이태가 다시 말을 삼켰다. 현의가 말을 하려 입을 움직였다. 

  "슬해는..... 네 형제다........"
  이태의 죄의식을 부채질하는 소리였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이태는 스승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모른 체 하고 싶어졌다.

  "스승님..... 저는......"  차마 말을 못하는 이태를 현의가 몽롱한 눈빛으로 보았다.
  "슬해가 스승님을 이렇게 만들었다면요? 묘적사의 사제(師弟)들을 죽인 것이라면요?"
  차마 말하기 힘든 그 말을 이태는 해버렸다. 말을 하는 이태의 마음에 다시 '용서할 수 없다'는 결기가 섰다. 현의가 다시 힘겹게 말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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