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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기절했다
[연재소설 191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6-24 10:25:22최종 업데이트 : 2010-06-24 10:25:22 작성자 :   e수원뉴스
비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기절했다_1
그림/김호영


 무엇보다도 결정타는 '질투'라는 말이었다. 인지하고 있었으나, 분명하지 않았던 자신 내부의 어떤 감정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주슬해는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었다.
  "말도 안 돼."
  "뭐가?"
  "네가 태를 사랑한다구?"
  "응. 약속 했어 우리."
  "스님도 알아?"
  "왜, 고자질 하려구?"

  어떻게 그런 말을 되물을 수 있는지, 주슬해는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그 말 때문이었을까. 그는 현의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 또한 다시 강희에게 드러내지 못했다.
  얼마 되지 않아 주슬해는 강희의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보았다. 붉은 노을이 온 산을 물들이던 초가을 그들은 묘적사 산 속 단풍나무 어른거리는 숲속에서 붉은 얼굴을 마주보다 입을 맞추었다. 

  '만약 그들의 밀어를 듣지 않았다면, 그들이 나눈 사랑을 보지 않았다면 배반하지 않았을까? 만에 하나 강희가 태가 아닌 나의 사랑을 받아주었다면 나는 태의 자리에 있었을까........'

  상념이 길어졌다. 주슬해는 어둠 속의 광을 노려봤다. 그날, 강희의 어깨에 화살을 박은 놈들은 찾지 못했다. 맷돼지나 꿩을 사냥하던 허랑한 양반들일 수도, 산속 짐승을 사냥해 먹고사는 천민일 수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무기를 들고 말을 타는 승려들은 의문을 갖기 앞서 무조건 거슬렸을 것이다. 나중에 주슬해는 일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현의와 묘적사의 식구들을 배신하고 난 뒤에. 

  '강희를 어찌 해야 하는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듯 주슬해는 난처했다. 심환지나 노살의 행태로 본다면 강희의 목숨은 위험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 도와준다면 자신의 배반을 앞에 나서 알리는 꼴이 될 터였다. 

  그때, 광 앞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주슬해가 더욱 몸을 낮추었다. 다가온 사내가 무어라 사내에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광을 지키고 선 사내가 잠긴 광문 자물쇠에 키를 집어넣었다. 주슬해의 몸이 그들을 향해 날 듯 달려 나간 것은 그때였다.

  칼을 쓰는 대신 주슬해의 손이 정확하게 두 사내의 급소를 강타했다. 사내들이 비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기절했다. 주슬해의 몸이 광문을 열고 스미듯 사라졌다. 

  어둠에 익은 주슬해의 눈에 재갈이 물리고 묶인 강희가 눈에 들어왔다. 강희의 눈이 놀라움에 커지는 것을 그는 보았다.
  주슬해는 아무 말 없이 재갈을 풀고 묶인 밧줄을 베어냈다.
  "말은 나중에."
  주슬해가 짧게 말했고, 강희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가 강희의 손을 잡았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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