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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궁극적인 감정은 같을 수밖에
[연재소설 186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6-17 11:38:30최종 업데이트 : 2010-06-17 11:38:30 작성자 :   e수원뉴스

남녀 사이의 궁극적인 감정은 같을 수밖에 _1
그림/김호영


그날을 잊을 수 없어


  그날, 주슬해는 그들을 보았다. 
  아니다. 그날 뿐이 아니다. 대웅전 뒤편에서, 묘적산에서, 물 흐르는 냇가에서 그들은 함께 있었다.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 했었다. 무예를 익히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울력을 하고 있는 때도, 심지어 따로 잠이 든 다른 방에서까지도 그들은 함께 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자신도 알 수 없는 깊고 아득한 비밀 항아리 하나씩을 간직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제 스스로도 그 깊이를 알기 어렵다. 제 안에 든 마음을 주인인 제가 모른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듯하지만 그것은 눈 밝은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불가에서는 그 마음에 든 티끌 하나까지도 다 알아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아귀를 맞추는 자를 '각자(覺者)', 곧 '깨달은 자'라 하였다. 높고 지난한 이것에 목표를 두었다고 해도 모두가 다다를 쉬운 '고지'는 아니었다. 하물며 주슬해처럼 모나게 두드러진 감정을 가진 인간임에랴.

  그때까지도 주슬해는 알지 못했다. 둘 사이에 오가는 것이 사랑인 지를. 그리고 둘에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 강희에게 그토록 깊게 가 있는 줄은.
  강희를 앞에 두고, 심환지의 광에 갇힌 강희를 곁에 두고, 주슬해는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한 말을 생각한다. 

  '운명.'
  한 부모를 두지 않고서도 부모 같은 한 스승 밑에서 자라났고, 남매 같은 한 여자를 가슴에 품었다. 불행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빛깔은 다를지언정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궁극적인 감정은 같을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을 함께 공유할 수 없었기에 상대에 대한 감정이 깊고 클수록 독점에 대한 애증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 때문에 마음과 다른 행동만을 했던 것인가.'
  하나의 행동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서 쉽게 바꾸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거슬러 드러냈던 강희에 대한 행동을 그는 바꾸지 못했다. 
  이제 그는 그것이 이태에 대한 어쭙잖은 경쟁심 탓이었음을 알고 있다. 베일 듯 날카롭고 치명적인 질투가 자신의 행동을 왜곡시키고 종내는 자신의 진심 한 자락도 강희의 마음에 가 닿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궐무사 자리를 두고 벌인 이태와 주슬해의 대결에서도 이태는 강희에게 가 있는 마음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했지만 주슬해는 이태의 움직임이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해 승부를 내지 않았다. 현의의 분노 앞에서도 이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를 더욱 화나게 했다. 이태에게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그에게서는 언제나 태산 같은 장중함이 느껴졌다. 그것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날, 현의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대신 둘 모두에게 '백일동안의 천배'의 벌을 내렸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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