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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없이 무엇을 배우려하느냐?"
[연재소설 187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6-18 10:29:57최종 업데이트 : 2010-06-18 10:29:57 작성자 :   e수원뉴스
믿음없이 무엇을 배우려하느냐?_1
그림/김호영


 '100일 동안 1000배'의 벌은 가혹했다. 간절한 신심으로도 해내기 힘든 것이 천배였다. 사흘이 지났을 때, 그는 일어서지 못했지만 이태는 아니었다. 쉬었다 하기를 반복하며 하루 천배를 채우지 못하는 그와 달리 이태의 천배는 달랐다. 

  그 사이 달이 지고 차오르기를 세 번이나 반복했고, 묘적사의 무승들의 기합소리는 더 단단해졌다. 한 달이 되기 전에 주슬해는 법당 문을 박차고 나가 현의에게 자신이 왜 이런 벌을 받아야 되는지 알지 못하겠다며 항변했다. 현의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그동안 천 배를 올리며 생각한 것이 그것이더냐?"

  그때 자신을 보던 현의의 눈빛을 그는 잊지 못한다. 답답함이 가득한 현의의 눈빛에는 꾸짖는 준엄함 보다는 슬픔이 담겨있었다. 현의는 다시 들어가 100일을 채우라 명했다. 하지만 주슬해는 현의의 명을 받지 못하겠다고 말하였다.

  현의는 말했다.
  "넌 믿음이 없구나."
  주슬해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부처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것인지, 무엇인지. 현의가 다시 말했다.
  "믿음 없이 무엇을 배우려느냐."

  여전히 그는 믿음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항변했다.
  "도대체 왜 내가 벌을 받아야 되느냐구요?! 전 최선을 다했다구요. 태가 대궐에 들어가기 싫다잖아요. 절 보내줘요!"
  현의의 벼락같은 고함을 예상했다. 이어지는 준엄한 꾸지람도 예상했다. 그러나 현의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현의의 눈에 가득 찬 슬픔을 보았다. 

  현의가 말했다.
  "들어가서 마저 하거라."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주슬해는 다시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의 명도 거절하지 못했다. 알 수 없지만 태산 보다 크고 바다 보다 깊은 진중함을 그는 느꼈다. 그가 터벅거리는 발걸음으로 대웅전에 다시 들어갔을 때, 그곳에 강희가 있었다. 천 배를 하는 이태 뒤에 강희가 그를 따라 절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가슴에 들어와 휩쓸고 지나간 바람의 흔적은 아직 그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날 그 일'에 비한다면 그 흔적은 곁가지에 불과했다. 

  주슬해는 한여름 장마구름처럼 떠오르는 과거의 상념들을 떨치며 강희가 갇혀있는 광을 살폈다. 광 앞에는 한 명의 하인이 지키고 서 있었다. 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식경 쯤 전 노살은 광에서 나왔다. 주슬해는 하인의 입단속을 협박하고는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강희를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극심한 갈등이 다시 일었다. 분명하게 계산하지 않았지만 그의 배신의 대상에는 강희 또한 들어있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강희의 위험 앞에 자신이 갈등할 필요는 없었다.      
  주슬해는 '그날 그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렵게 내보인 강희에 대한 자신의 진심이 어떻게 짓밟혔는지도 떠올렸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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