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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처럼 숨어있는 곳이어야 했던 그날
[연재소설 147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4-23 10:54:43최종 업데이트 : 2010-04-23 10:54:43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곳이어야 했던 그날 _1
그림/김호영


  돌이켜 보면 묘적사를 재건하고 왕실을 지키는 무사들을 길러내고 왕명을 받은 무예에 대한 일을 진행시키는 데 백동수의 역할은 컸다. 그럼에도 현의는 백동수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백동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길에 서로 다른 인연을 알기 때문이라는 게 옳았다. 백동수는 산문 밖과 산문 안을 이어주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고, 산문 안이 아니라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백동수는 현의와 더불어 세를 다듬고 만들어가는 제자보다는 동지적인 입장의 사람이었다. 한 번도 백동수에게 자신의 이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현의는 이 순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까지도 그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아 피곤하구나......."
  현의가 길고 오래된 회상의 가운데서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의식은 혼곤과 의식 사이를 마른 길 위를 건너는 지렁이처럼 느리게 오갔다. 현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백동수를 보았다. 슬몃 웃음이 피어났다.
  "스님."
  선택의 기로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그런 현의를 보는 백동수에게서는 반가움과 염려스러움의 중간에 선 자의 느낌이 베어났다. 

  "기...억......하시는가?"
  백동수의 얼굴이 현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묘적사가 창건......되던......."
  백동수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럼요, 스님."
  현의의 눈이 다시 아득해졌다. 백동수의 눈앞에도 묘적사를 창건하던 모든 공사들이 끝나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곳이어야 했던 그날의 일을 현의는 말하는 것이라고 백동수는 생각했다. 

  묘적사의 낙성식(落成式)은 모든 건물의 완공을 축하하는 식이라기보다는 경건한 의식에 가까웠다. 그림자 같은 존재여야만 하는 묘적사의 존재 의미를 드러내듯 현의와 이태, 주슬해, 강희, 그리고 새롭게 들어온 10여 명의 무사들만 주인으로, 백동수와 이덕무를 비롯한 마을의 사람들 몇몇만이 하객으로 참여해 이루어졌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묘적사를 제 아무리 그림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존재 자체마저 주위 사람들에게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묘적사를 창건하면서 들고나는 인부며 자재(資材)들을 사람들 시선에서 감춘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묘적사 공사에 참여하는 인부들의 존재야말로 묘적사의 존재에 가장 큰 부담이었다. 
  현의가 들어온 10명의 예비 무사들을 오직 참선만을 하는 스님으로 가장한 것도 이 이유에서였다. 현의는 마을 사람들에게 묘적사는 일반인들의 방문은 받지 않는 선방으로서의 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여 묘적사로 들어오는 길은 완전히 차단될 것이라 것도 또한 강조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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