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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거친 숨을 뿜어내며 속도를 냈다
[연재소설 151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4-29 10:26:23최종 업데이트 : 2010-04-29 10:26:23 작성자 :   e수원뉴스
말이 거친 숨을 뿜어내며 속도를 냈다_1
그림/김호영


운명일까

  깊은 밤의 말발굽소리는 말을 탄 사람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말발굽에 씌운 방음용 덮개에도 이태의 몸을 실은 말의 무게가 땅과 부딪쳐 내는 울림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소리는 말의 네 발이 땅을 박찰 때마다 둔탁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이태는 그 소리들을 말의 몸을 통해 듣고, 숲이 품었다 내는 소리로 들었다. 

  흘러내리는 땀이 바람을 따라 흩날렸다. 말의 갈기가 말 잔등에 붙인 이태의 얼굴 위로 휘날렸다.  이태의 심장이 말발굽소리와 박자 맞추어 거칠게 뛰었다.   
  '스승이라면 지금의 상황에 대한 해답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태는 오직 이 한 가지의 생각만 하려 애썼다. 마음에 드는 근심이나 두려움 따위도 떨쳐버리려 애를 썼다. 강희에 대한 그리움도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스승이 있는 곳에는 백동수도 있을 것이다. 

  서유린은 모래 쯤 한양으로 다시 길을 떠날 것이라 말했다. 이태는 서유린의 에두른 허락을 다시 생각했다. 서유린에게서는 다진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를 불안하게 했다. 이태는 발안장을 벌려 힘껏 말의 옆구리를 찼다. 말이 거친 숨을 뿜어내며 속도를 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이태는 묘적사에서 살아온 사제들이 알려준 곳에 도착했다. 새벽의 푸른 기운 속에 산 속 숲에 기대 자리 잡은 초가집은 엎드린 듯 낮았다. 말에서 뛰어내리며 이태는 스승을 찾았다. 

  인기척은 금새 들려오지 않았다. 이태는 집의 토방을 향해 가며 토방 위에 놓인 신발들을 보았다. 모두 네 켤레. 이태는 그 중에서 스승의 신발을 알아보았다.
  그때,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누구냐?"
  하대였다. 목소리에는 새벽 여명 속의 사내를 향한 심한 경계가 들어있었다. 이태는 그를 알아보았다.
  "박새야!"  "누구..... 태 사형.....?"
  "그래 이놈아!"  박새가 이태를 향해 달려 나왔다.
  "스승님은?"
  "방에."
  그때 열린 문으로 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태가 병길을 알아보았다.
  "사형!"
  이번엔 병길이 이태를 향해 달려 나왔다. 셋의 격한 포옹이 잠시 이루어졌다.
  현의는 아득한 혼곤의 강 속에서 밖의 소란을 들었다. 

  "스승님."
  이태의 목소리가 혼곤의 뻘 속에 갇힌 현의의 의식을 잡았다. 그러나 현의는 빠져나갈 수가 없다.
  "스승님. 태가 왔어요. 저 태라구요."
  간절한 제자의 목소리. 현의의 의식이 이태의 지극한 마음 자락에 제 의식을 얹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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