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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날씨 탓을 한다더냐!"
[연재소설 155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5-07 09:55:37최종 업데이트 : 2010-05-07 09:55:37 작성자 :   e수원뉴스
삶과 죽음이 날씨 탓을 한다더냐!_1
그림/김호영


  "스님. 날씨가 이상한데요."
  딱히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 속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욕구, 이를테면 그날 치르기로 한 시험을 뒤로 미루었으면 하는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었다. 현의의 넓은 손이 이태의 어깨 죽지에 날아와 닿았다. 그저 '닿은' 듯한 느낌뿐이었는데, 살갗이 느끼는 압력은 대단했다. 아얏, 비명을 냅다 지른 이태가 두어 걸음쯤 도망쳤다.

  "이놈아. 삶과 죽음이 날씨 탓을 한다더냐!"
  도망치며 바라본 공양간에는 아침공양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 공양 담당은 강희를 비롯한 여무사 셋이었다. 

  묘적사에는 여느 사찰에나 의례 있기 마련인 공양주가 없었다. 사찰의 바깥 살림을 맡는 법사 또한 없었다. 묘적사의 모든 살림은 철저하게 현의가 정한 규칙대로 이루어졌다. 묘적사에 들어온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 또한 현의의 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절의 바깥 살림이야 남자들이 맡아서 하는 것 이상할 것 없었지만 공양간에 대한 현의의 규칙은 처음 몇몇 사내들의 불만을 산 부분이기도 했다. 

  "너희들은 형제요, 동지다. 형제와 동지 사이에 남녀의 구분은 있으나 차별은 없다. 세상의 경계를 보아라. 세상의 경계를 벗어나라. 그래야 보이지 않는 경계를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보는 자만이 세상의 진실을 볼 수 있고, 정의를 지킬 수 있고, 내 목숨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현의가 내건 규칙이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차별은 없다.'는 것은 그에 앞서는 지론이었다. 이런 현의였으니 무술의 능력에 따라 형과 아우가 결정되는 규칙을 정한 것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무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의 차별도 없었다. 

  이미 지리산에서 혹독한 무술 수련의 과정을 겪은 이태와 주슬해로서는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차별이 아닌 차이는 정당하게 인정을 해 주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항의 담긴 말을 슬쩍 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현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론 이태가 현의에게 건넨 '차이'와 '차별'의 이야기는 오로지 '동생'에 대한 마음의 애정이었다.
  묘적사에는 세 명의 여무사들과 열세 명의 남자 무사들이 있었다. 여무사들을 위한 처소는 남자 무사들과 달리 묘적사 오른쪽에 치우쳐 지어졌다. 현의가 혹시 모를 '남녀상렬지사'에 대비해서 행한 유일한 구분이었다. 

  "슬해에게 이길 자신이 있느냐?"
  슬적 현의가 물었다.
  "그럼요!"
  자신 있게 이태가 대답했다.
  "허면, 청수에게 이길 자신은 있느냐?"
  "그럼요!!"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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