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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아름다움은 제 존재조차 잊게 만든다
[연재소설 137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4-09 13:43:04최종 업데이트 : 2010-04-09 13:43:04 작성자 :   e수원뉴스
지극한 아름다움은 제 존재조차 잊게 만든다_1
그림/김호영


  직접 보지 않아 상황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심환지는 이미 오래 전 보았던 것처럼 그 광경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두 개의 칼이 맞붙었으되 움직임을 남긴 것은 오직 하나였다. 오직 소리로만 남은 칼은 상대의 칼날에 부딪치는 순간에만 제 존재를 드러냈다. 칼은 은빛으로 차가웠고, 번개처럼 강렬했다......."  

  그날, 살아서 돌아 온 자들은 자신들이 본 광경을 그렇게 설명했다. 더불어 그들은 중 하나와 건달 하나, 그리고 선비로 보이는 자들이 변복한 임금과 함께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그들 중 승복을 입은 중과 체구가 장대한 사내 하나가 임금 앞에서 대격을 펼치고 있었노라고.

  지극히 아름다운 것은 제 존재조차 잊게 만든다. 아(我)와 적(敵)의 구분마저 잊게 만든다. 아와 적의 구분을 뭉개고 구분 없는 지극한 세계의 감정을 선사한다. 

  제 나름의 스승을 두고 제 나름의 무술을 익힌 그들로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칼을 휘두르되 칼의 흔적이 남지 않는 도(刀)의 경지는 전설로 듣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심환지는 그들이 말하지 못한 것까지 짐작하였다. 그들은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눈이 부셔 제 신분조차 망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존재까지 들켜버렸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맛볼 최상의 것을 느꼈지만 대신 위험 속에 자신들을 방치했다. 

  이후, 생각지 않은 임금의 행보가 드러날 때마다 심환지는 생각하곤 했다. 그날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그날, 임금을 감시하는 자신의 흔적이 들키지 않았다면 임금의 행보에 대응하는 자신의 행동은 훨씬 자유롭고 치밀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임금이 극비리에 추진했던 수많은 일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신변 호위를 강화하고 새 군영을 조직하는 일 따위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장용위를 만들고, 화성을 만든 임금의 행보를 막을 수 있었을까?'
  그럴지 모른다고 심환지는 생각했다. 그만큼 그날 밤 자신이 보낸 자들의 발각은 치명적이었다. 은밀하게 추진하던 일은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그 뒤 한 달여가 다 되어가도록 임금은 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임금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것이 심환지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 달여가 지났을 때, 임금이 심환지를 불렀다. 

  부른 곳은 임금의 처소인 영춘헌(迎春軒)이었다. 주안상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이미 쉰셋의 나이가 지난 노회한 정치인이었지만 그때 느꼈던 불안감은 지금도 또렷했다.
  "어서 오세요. 이리로 앉으세요."
  젊은 임금은 당당했지만 예를 갖춰 대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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