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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내린 술을 예를 갖춰 마셨다
[연재소설 138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4-12 09:36:07최종 업데이트 : 2010-04-12 09:36:07 작성자 :   e수원뉴스
정조가 내린 술을 예를 갖춰 마셨다_1
그림/김호영


 심환지는 이유를 먼저 묻지 않았다. 정조가 그에게 술을 내렸고 심환지가 그 술잔을 받아 예를 갖춰 마셨다. 건강과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임금의 질문에 심환지가 대답하는 식의 이야기가 잠시 오고갔다. 임금이 그날 낮에 있었던 일을 꺼낸 건 그런 이야기들 이후였다. 

  "대사간은 오늘 올라온 지평 서배수의 상소를 어찌 생각하시는가?"
  서배수(徐配修)의 상소라면 오늘 선정전에서 이미 한 차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홍의영(洪儀泳)과 이동식(李東埴)은 모두 역적의 친속으로 성균관의 분관(分館)에 끼여 들어갔으니, 강등시켜 예문관의 말단으로 보내야 하고, 권점을 주관한 승문원의 여러 사람들에게 관직을 삭탈하는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었다. 심환지는 새삼스레 그 일을 자신에게 묻는 연유가 의아했다. 물론 선정전에서 심환지는 특별히 제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었다. 

  "좌의정의 의견대로 하심이 좋을 듯하옵니다. 전하."
  좌의정 홍낙성은 이시수의 소를 받아들여 '권점을 주관한 박사 이하를 모두 잡아다 엄중히 국문하고 홍의영과 이동식을 과방(科榜)에서 삭제하여 섬으로 귀양 보내 달라'는 의견을 냈었다. 

  "그러한가?"
  심환지는 임금의 되물음을 들으며 임금의 어중을 가늠했다. 심환지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 달여 전 있었던 연화방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필시 임금은 그날 일에 대해 말을 할 것이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의 속내를 떠보는 어떤 말인가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심환지가 그런 마음의 생각을 숨긴 채 대답을 올렸다.  

  "예, 전하."
  "그대는 짐의 말을 어찌 생각하는가?"
  같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생각이 다르면 상대의 어중을 읽기란 쉽지 않다. 심환지는 임금의 어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른 생각을 하시는가?"
  임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니옵니다. 전하."

  능구렁이 같은 태도로 심환지는 임금의 말을 받아넘겼다. 그제서야 그는 낮에 임금이 한 말, "역적이 어느 시대인들 없겠는가마는, 어찌 홍지해(洪趾海)·홍술해(洪述海)과 같은 역적들이 있겠는가? 제방이 이러하고 세도가 이러하니 나는 실로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노론에 대한 임금의 격한 소회나 다름없었다. 노론으로서 벼슬을 하고 있는 대신들에게 날리는 임금의 격한 토로. 어쩌면 그 안에는 말하지 않았으나 연화방에서 겪은 일 또한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환지가 몸을 낮춰 말하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전하."
  "정히 그러한가?"
  심환지는 거듭 예를 갖추며 그러하다, 대답하였다. 그는 임금이 하려하는 말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했다. 임금은 단지 서배수의 상소를 다시 의논하기 위해 자신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선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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