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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 굴러가는 듯 청아한 새소리
[연재소설 118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15 10:05:53최종 업데이트 : 2010-03-15 10:05:53 작성자 :   e수원뉴스

 방울이 굴러가는 듯 청아한 새소리 _1
그림/김호영


 첫걸음
 
   "또로롱또로롱."
  그 소리였다. 지리산 암자를 떠나 길고 긴 여정을 거쳐 도착한 그곳을 떠올리면 기억의 가장 앞자리에 자리한 것은.
  이태 또한 그러하였다.
  "또로롱....... 또로롱......."
  방울이 굴러가는 듯 청아한 새소리는 지친 그의 마음 속에 희망의 방울소리를 울리듯 들렸다. 

  강희에게도 그러하였다.
  "저게 무슨 새예요?"
  또로롱, 또로롱 은쟁반 위를 구슬이 구르듯 맑은 소리에 온 마음이 환해져 강희가 현의에게 물었다. 
  "방울새소리다."

  날개끝과 꼬리부분에 샛노란 깃털이 있는, 갈색의 작은 새였다. 이름은 울음소리에 꼭 맞춤이었다. 
  현의에게도 그날의 방울새소리는 각별했다. 

  한 달여를 탁발을 하며 온 곳이 폐허가 된 옛 절터였기에 아이들이 느낄 불안감이 마음에 쓰였던 차였다. 그런데, 방울새가 맑고 고운 소리로 그들을 맞았던 것이다.

  "이런 저 놈이 이곳 주인이었던 모양이로구나. 이제 우리들과 이웃이 되겠어. 허허."
  두루뭉실 말을 눙쳐 이곳이 앞으로 그들이 살아가게 될 곳임을 현의가 알렸다. 아이들은 재빨리 현의의 말을 이해했다. 가장 먼저 투덜거린 건 주슬해였다. 

  "아휴, 또 산속이네."
  이태는 그러려니 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강희는 오직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상관없었다. 

  "이곳이 이제부터 우리가 살 집이예요?"
  현의가 대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태가 물었다.
  "말이 뭐 그래요?"

  수없이 옮겨 다닌 삶의 거처를 두고 현의가 이렇게 대답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지어질 집은 이제까지 지어 살았던 '움막'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현의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벌써 이태는 등봇짐을 내려놓고 움막 지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에 지어요, 스님?"
  "목수해도 되겠구나, 이놈. 헌데 말이다. 여기에 지을 움막은 우리 힘으로 지을 수 없는 집이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 스님?"

  주슬해가 묻고 이태는 빈 공간을 훑어보았다. 빈 공간을 품고 있는 주위의 산들도 둘러보았다. 이태의 눈에 공터를 품고 있는 산은 높았고, 깊었다. 하지만 금강산이나 지리산에 비교한다면 뭐, 그다지 높거나 골이 깊다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나름 판단하였다.  

  "이곳이 어디예요?"
  "한양이 지척이지. 남양주라는 곳이다. 이놈아."
  현의가 대답 속에 장난의 후렴구를 달았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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