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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뵌 사이 축지법까지 익히셨나 봅니다"
[연재소설 120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17 10:25:21최종 업데이트 : 2010-03-17 10:25:21 작성자 :   e수원뉴스
못 뵌 사이 축지법까지 익히셨나 봅니다_1
그림/김호영


  "요 놈들 보세. 차별하는 거냐, 요놈들!"
  주슬해가 다시 이덕무에게 향했던 공손함을 거두고 칫, 장난담긴 대거리를 날렸다. 이덕무가 빙긋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저 아이는 못 보던 아이로구나."
  "내 동생이예요."
  이태가 강희의 손을 잡아 끌어내며 말했다. 강희가 이태의 손에 끌려 꾸벅 두려운 인사를 했다.
  "니 동생만이냐? 내 동생이다 뭐!"
  "그래?"
  강희를 바라보는 백동수의 시선에 진중함이 실렸다. 이덕무 또한 강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냉정했다. 강희는 그들의 시선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강희가 다시 이태의 뒤로 숨어들었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예요? 우린 좀 전에 여기 왔는데?"
  "그게 궁금하냐?"
  "예."
  "그야 너무 쉽지. 너희들은 언제나 내 손바닥 위에 있거든."
  백동수가 솥뚜껑처럼 두껍고 커다란 손을 벌려 피며 말했다.
  "흰소리 그만 하시게. 스님은 어디 계시냐?"
  이덕무가 백동수에 핀잔을 주고는 현의의 행방을 물었다.
  "여기 있네."

  그들 누구도 현의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현의가 그들 곁에 선 채 말했다.
  "허어, 못 뵌 사이 축지법까지 익히셨나 봅니다, 스님."
  농 섞인 말을 건네면서도 둘은 현의에게 합장으로 예를 갖추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네."
  "먼 길은 스님께서 오시었지요."
  "허어, 그런가."

  셋은 뒤늦은 예를 차린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우린 사나흘 쯤 기다릴 요량으로 와 본 것인데."
  "서너 식경 전에 도착하였다네."
  "그런데 벌써 공사를 시작하셨습니까?"
  "우선 기거할 공간은 필요하지 않은가?"
  세 사람이 말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이 있는 곳, 움막의 반대편 산기슭 쪽으로 움직였다. 덩그마니 남은 아이들의 시선이 한참이나 그들 뒤를 쫒았다. 

  "이상하지 않냐?"
  주슬해가 여전히 어른 셋의 움직임에 시선을 준 채 말했다.
  "뭐가?"
  이태가 물었다.
  "그때 이후 처음이잖아. 저 아저씨들."
  이태는 주슬해가 하려는 말을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이태는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근데?"
  "마치 어제 만난 사람들 같잖아. 스님이랑."
  주슬해의 말처럼 그들을 보는 것은 지리산으로 들어가기 전, 임금을 만나던 그날 이후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태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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