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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산신을 모실 생각이네
[연재소설 122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19 10:01:02최종 업데이트 : 2010-03-19 10:01:02 작성자 :   e수원뉴스
이곳에 산신을 모실 생각이네_1
그림/김호영


 "어떻게 된 것인지요? 계집아이 아닙니까?"
  이덕무였다.
  "인연의 시작이야 있지만 그것이 뭐 중요하겠는가. 부처님 품으로 들어온 아이니 내 거둘밖에."
  "하지만 이 묘적사는......."

  현의가 똑바로 이덕무를 보았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습니다."
  백동수였다.
  "나라고 그걸 모르겠는가?"
  현의는 지리산을 떠나기 전 겪었던 한바탕 소동을 생각했다. 

  "무사로 키울 것이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셈입니까?"
  백동수의 목소리는 걸걸했다.
  "허어, 이 사람이."
  이덕무가 백동수의 팔을 잡아 감정을 제어시켰다. 

  "다른 생각이 있으신 건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현의의 시선이 멀어졌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현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털어놓을 생각은 아닌 겁니까?"

  현의가 백동수를 바라보았다. 현의는 7년 동안 자신이 준비한 계획들을 생각했다. 계획에는 강희에 대한 것도 포함돼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하신가? 자, 저리로 올라 보세나."
  현의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산 위로 옮겨놓았다. 한참을 산위로 걷던 현의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가파른 절벽을 왼편에 끼고 제법 너른 평지가 또 다른 바위를 병풍 삼아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가?"
  현의가 밑도 끝도 없이 둘에게 물었다. 백동수와 이덕무는 이번에도 현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덕무가 찬찬히 그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체를 살폈다. 절터며 건너편 산들이며, 절터로 들어서는 먼 초입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전망이 좋습니다."
  "여기에 초막를 지으실 생각이십니까?"
  백동수가 비로소 현의의 생각을 짐작했다. 현의가 타박했다.
  "에끼, 이 사람! 절에서 초막이라니! 이곳에 산신을 모실 생각이네."
  "이름이 무엇이든요!"

  허허허, 현의가 웃었다. 그랬다. 현의는 이곳에 산신각을 지어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암초소를 만들 생각이었다.

  현의가 시선을 산 너머 하늘에 두었다. 현의는 잠시 선정에 든 것처럼 말이 없었다. 백동수와 이덕무 또한 현의를 따라 말없이 첩첩한 산 너머 하늘 경계에 신선을 두었다. 세 사람은 문득 비장한 마음에 휩싸였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지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정은 노론의 세상이었다. 여기 묘적사는 임금의 치세에 전환점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백동수가 말했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하셨습니다. 스님."
  백동수가 감사하다, 말을 덧붙였다. 현의가 슬쩍 농을 실었다. 
  "자네가 어찌?"
  이덕무가 웃으며 말했다. 

  "옥음을 안 내셨지만 많이 기다리셨을 것입니다."
  어찌 현의라고 그것을 모를까. 그러나 일의 시작에는 반드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것이 큰 일일 경우에는 더 더구나. 현의가 처음부터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성상은 언제나 뵐 수 있는가?"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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