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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기는 이치는 진리
[연재소설 124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23 10:09:29최종 업데이트 : 2010-03-23 10:09:29 작성자 :   e수원뉴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기는 이치는 진리_1
그림/김호영


어디 그 뿐이랴. 아이들 눈에는 고깔 모양의 쇠가래(鐵加羅)를 쓰고 검은색 반비(半臂 :소매가 없거나 소매가 아주 짧은 겉옷)를 입은 나장들도 신기했다. 

  "정말 사람들이 디게 많다아~!"
  "아유, 이 촌놈들. 저 눈 튀어나온 것 좀 보소."
  백동수가 아이들을 놀렸다.

  사실 백동수와 이덕무처럼 한양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양은 신기할 것 없는 곳이었다. 사흘 한양을 비운 만큼의 시간이 준 낯설음만 존재할 뿐. 

  인간에게 경험과 시간은 그런 것이다. 제 아무리 새로운 것일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반복되면 새로운 것은 헌 것이 된다. 온 몸의 감각돌기들을 얼음 위에 놓은 듯 날카롭게 신선했던 것들도 반복적인 경험과 이어지는 시간은 모든 감각과 인식의 틀을 무디게 한다.

  "허어, 자네들 아이들 놀리는 재미 보려고 데리고 왔는가?"
  현의가 백동수에게 퉁박을 주었다.
  기실 세련됨과 투박함의 차이는 발전된 문물과 그 문물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인지에 바탕을 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오직 부처의 말과 무예만을 익힌 아이들의 행동거지는 그야말로 촌뜨기의 행색이었다. 

  "그만 하시게."
  이덕무도 현의를 거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귀에는 그들의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기는 이치는 세상 어디에도 통용되는 진리인 법, 처음 보는 한양의 모습은 한양의 아이들과 자신들을 비교할 겨를도 없는 신선하고도 복잡한 충격이었다. 

  "저거는 뭐예요?"
  "금줄이다."
  "왜 대문에 저리 거는 건데요?"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걸 알리는 게다."
  "왜요?"
  "출입을 삼가라는 얘기지."
  "저기는 어떤 곳이예요?"
  "역(驛)이다."
  "역이 뭔데요?"

  누구랄 것도 없이 아이들의 속사포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은 계속됐다.
  "사람들은 왜 옷을 저리 다르게 입어요?"
  "그야, 신분이 다르니 그러는 게지."
  이덕무가 대답했다. 그는 대답을 하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너희들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냐?"
  백동수가 말하며 현의를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길가 돌맹이 하나에도 성(性)있다 하셨네. 나무관세음보살."
  "내 이럴 줄 알았어.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도를 이룬다 하십니까?"

  그때였다. 어디선가 돌맹이 하나가 날아오는가 싶더니 이태의 이마를 깼다. 이태가 비명을 지른 것과 강희가 비명을 지른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까이서 터졌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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