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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다스리는 법부터 배워야겠구나!
[연재소설 125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24 13:40:54최종 업데이트 : 2010-03-24 13:40:54 작성자 :   e수원뉴스
분노를 다스리는 법부터 배워야겠구나!_1
그림/김호영


 "땡중이다. 얼레리꼴레리........"
  아이들은 뒤쪽에서 나타났다. 연두색 자주색 노란색 붉은색 남색으로 멋을 낸 까치두루마기를 입고 검은색 복건을 쓴 한 무리의 아이들은 한 눈에 보아도 양반집 악동들이었다.

  "이놈들!"
  백동수의 고함이 현의보다 먼저 터졌다. 힘이 넘치는 우렁한 그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어디 보자."
  현의가 강희의 상처를 살피는데 이태와 주슬해가 거의 동시에 몸을 날려 달아나는 아이들을 덥쳤다. 
  "이놈들!"

  현의가 다급하게 둘을 불렀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양반집 악동을 향한 것인지 이태와 주슬해를 부른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백동수가 몸을 날려 이태와 주슬해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이태와 주슬해의 밑에 깔렸던 악동 둘이 잽싸게 일어나 도망쳤다. 이태와 주슬해가 씩씩거렸다. 돌맹이를 맞은 이태의 이마가 그새 새알만큼 부어올라있었다.

  "왜요!?"
  백동수가 말햇다. 
  "분노를 다스리는 법부터 배워야겠구나. 이놈들."
  "왜요!"
  분기를 어쩌지 못한 주슬해가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이것이 신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놈들아. 저 아이들은 양반. 너희들은 하층 땡중. 잘못은 저 놈들이 했어도 너희들은 할 말이 없단 말이다."
  잔인한 말을 백동수는 아무렇지 않게 해 버렸다.
  "그래서요? 그래서 우리는 놀림을 받고 억울하게 얻어맞아도 참아야 된단 말이예욧?!"
  "그래. 이놈들아."
  백동수가 그리 말하고는 현의를 보았다. 

  "산교육이 제대로입니다. 하하....... 잘 데리고 나왔지요, 스님?"
  현의가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하늘의 해를 가늠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딴청을 부리며 말했다.
  "이놈들, 한양구경 안 할 테냐?"

  그렇게 말하고는 현의가 성큼 창선방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겨놓았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앞으로 열 번은 이런 일이 더 있을 터이니."
  이덕무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날, 하루 이덕무의 말은 기막히게 맞아 들어갔다. 홍인문을 지나 창선방, 필동, 청정동, 명례방, 광통교를 거치고 다시 저잣거리와 혜정교 육조거리를 지나 백탑에 이르는 한양 도심을 ㄷ자형으로 누비는 동안 아이들은 열 번이 넘는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 

  늦은 저녁, 연화방에 있는 객점에 들었을 때, 아이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강희는 누구보다 풀이 죽어있었다. 이태는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었고, 주슬해는 들뜬 표정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도 느끼는 감정이나 소회는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태어난 제 몫의 운명일 터였다. 
백동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을 치며 그날의 소회들을 이야기하게 했지만 현의는 그런 아이들이 모습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예감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묘적사에서의 삶 또한 제각각의 성정처럼 아이들의 미래 또한 바꾸어놓을 것이다. 곧 만나게 될 임금과 자신이 그린 그림에 따라 아이들의 삶은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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