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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용안이 보름달처럼 환해졌다
[연재소설 127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3-26 10:31:13최종 업데이트 : 2010-03-26 10:31:13 작성자 :   e수원뉴스
 정조의 용안이 보름달처럼 환해졌다_1
그림/김호영


 "허어, 내 야뇌가 술을 잘 마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님이 두주불사(斗酒不辭)인 줄은 몰랐구나. 하긴, 중도 아닌 자에게 어찌 불법의 예가 필요하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임금이 껄껄, 웃었다.
  "허면, 이제부터라도 이 승복일랑은 벗어 던지라 할까요?"
  백동수가 임금의 농을 받았다. 

  "그리하겠느냐?"
  "어찌 고생한 시절의 조강지처를 버린 자를 군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것도 말이 되는구나!"  임금의 파안대소에 모두가 합창하듯 소리 내어 웃었다. 
 문득 현의는 지금의 자리가 꿈속처럼 낯설어졌다. 서로의 신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마주 앉은 채 주고 받는 말들이며 분위기는 동무들의 만남처럼 허물이 없는 분위기였다. 그가 아는 임금과 백성, 양반과 승려의 관계에서 지금의 상황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비록 그의 신분이 양반이라고는 하나, 어찌 조선의 천민인 중이 임금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으며, 그들이 비록 서출이라고는 하나, 양반인 그들과 중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존대를 받을 수 있겠는가. 현의는 어쩌면 임금은 그가 그토록 다다르고 싶어 했던 깨달음의 경지, 도의 경지에 다다른 각자(覺者)가 아닌지 잠깐 의심했다. 

  문득 임금의 용안이 진중해졌다. 어떤 일이든 기승전결의 순서가 있기 마련인 법, 현의는 이제까지의 일이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도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 모두는 임금의 분위기를 따라 앞으로 있게 될 임금의 옥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대의 스승이 김광택이라 하였던가?"
  정조가 짧은 침묵을 깨고 옥음을 냈다. 
  "그러하옵니다."
  "김체건에 대한 이야기는 내 들었다."
  현의는 정조가 하려고 하는 말의 진의를 짐작하려 애썼다.
  "아직도 부족하다 여기는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하오나, 부족한 것은 이제 전하의 명을 받아 준비해나갈 것이옵니다."

  현의는 지리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보낸 7년의 시간을 생각했다. 그 시간은 인고의 세월이자 준비의 세월이었다.
  "그래?"
  정조의 용안이 구름 걷힌 보름달처럼 환해졌다. 백동수와 이덕무의 얼굴도 기대에 차서 환해졌다.
  "허면, 그대의 생각을 내 들어보아도 되겠는가?"
  "전하, 신은 그저 칼과 창을 써 무예를 익히고 펼치는 사람이옵니다. 어찌 세상의 그림을 알겠나이까."
  "세상의........그림이라?"
  되묻는 임금의 시선이 현의의 얼굴에 머물렀다. 임금이 곧 웃음을 피어 올렸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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