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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충실한 심복들은 어디로 갔는가?
[연재소설 86회] 1800년, 華城/월~금 연재
2010-01-28 11:12:44최종 업데이트 : 2010-01-28 11:12:44 작성자 :   e수원뉴스

임금의 충실한 심복들은 어디로 갔는가?_1
그림/김호영

대궐의 미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변한 것이 없었다. 다시 돌아온 대궐의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높았으며, 무더웠다. 대궐의 건물들 또한 강희가 대궐에 들어오던 그날처럼 변함없이 높고 웅장했다. 

 아니다.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궐의 모든 사람들의 복장은 상복으로 변했다. 허리를 굽혀 슬픔을 나누고 목소리를 죽여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강희는 보았다. 상복을 입은 벼슬아치들의 행보는 예전보다 더 재빨랐고 은밀해졌다. 얼굴에는 슬픔보다 뒤바뀐 현실에 대한 탐욕스런 탐색으로 빛이 났다. 
 목소리는 죽였으되, 더욱 치밀해졌고, 허리 굽힌 몸짓에는 간계들이 엿보였다. 그들은 슬픔을 가면처럼 쓴 채 임금의 승하로 뒤바뀐 정국의 한 자락에 몸을 담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로 갔는가. 임금의 충실한 심복들은 어디로 갔는가. 황후전의 호위무사인 강희로서는 그가 누구인지 알길 조차 없었다. 그가 묘적사로 떠나기 전 찾았던 장용대장은 이미 장용대장이 아니었다.

 묘적사에서 대궐로 되돌아오기로 결심한 그때와 달리 강희는 외롭고 두려웠다. 그가 선 자리, 그가 이 세상에 서서 살아갈 의미라 여겼던 대궐의 공간은 낯설고 두려운 공간으로 다가왔다.
  후회가 밀려들었다.
  '스승 현의는 어떻게 되었는가? 화성의 이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가 보낸 묘적사의 아우들은 화성으로 들어가 이태를 만났는가?' 

 그들에게서는 아직 어떤 소식도 없었다. 강희는 답답했다. 이태가 그리웠다. 이태는 자신의 소식을 기다리며, 훗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태는 자신이 서신 속에 감춘 의미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강희는 불안과 걱정에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스승 현의의 곁에 남아있는 대신, 사랑하는 연인 이태의 곁으로 달려가는 대신, 자신이 이곳 대궐로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생각하려 애썼다. 

 대궐은 모든 정보의 핵심공간이었다. 국상(國喪)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이라 할지라도 상황을 만든 단초들은 대궐 안에 있을 것이다. 대궐 안을 오가는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들 속에 단초는 들어있을 것이다. 거북등처럼 단단한 껍질 속에 속마음을 감추고 의도를 감춘다고 해도 움직임 속에는 진실의 단초를 들어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넓은 대궐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강희가 믿는 이는 오직 하나, 효의왕후였다. 
 하지만 효의왕후는 묘적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묘적사는 오직 왕과 묘적사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아는 존재였다. 왕후에게도 비밀로 할 만큼 묘적사는 비밀스런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묘적사의 무승들이 죽임을 당했다... 
 강희가 효의왕후 앞에 엎드렸다. 대궐에 들어온 뒤 두 번째였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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