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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마마의 하늘도, 나의 하늘도.’
[연재소설 89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03 09:28:00최종 업데이트 : 2010-02-03 09:28:00 작성자 :   e수원뉴스
 '하늘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마마의 하늘도, 나의 하늘도.'_1
그림/김호영


 정사를 볼 때는 내시가 대비의 말을 받아 전하는 것이 송나라 전례였던 것에 비해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에서는 대신이 그 역할을 맡도록 하였다. 또한 임금에게 하례를 하는 조하(朝賀)의 예에서는 문무관이 순조가 아닌 대비에게 먼저 네 번 절한 뒤 순조에게 예를 갖추도록 하였다. 

  모든 전례를 뒤엎는 대비의 수렴청정은 곧 왕권과 같은 전권을 휘두르는 권력집중으로 나타났고, 그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권한 행사가 인사였다. 정조가 승하하기도 전 승지를 비밀리에 바꾼 대비는 영의정을 비롯한 대부분의 요직을 교체했다. 

  아무리 왕후의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왕후라고는 하지만 이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았다. 왕후는 지독한 절망에 빠져버렸다.  

  강희는 기대고 있는 벽이 무너지는 듯한, 딛고 있는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을 다시 느꼈다. 임금의 승하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데 왕후가 덧붙여 말했다.
  "나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마마.....!"
  강희의 목소리에는 강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쉬고 싶구나."
  강희는 눈을 감았다. 절망감에 몸을 움직일 기운조차 사라진 느낌이었다. 강희가 겨우 몸을 일으켜 물러나는데, 왕후가 말했다.
  "섣불리 행동하지 말거라."

  문을 나서는 강희는 제 스스로 꺽이듯 주저앉으려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섰다. 강희는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를 썼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마마의 하늘도, 나의 하늘도.'
  강희가 눈을 들어 통명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늦은 오후의 여름 태양이 구름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때 강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사형."
  체였다. 그와 더불어 효의왕후의 신변을 지키는 묘적사의 여 사제(女私弟). 강희보다는 열 살이나 어린 체는 몸은 작았으나 강단이 있었다. 강희는 아직 묘적사에서의 일을 그에게 말하지 못했다.  묘적사의 일을 안다면 체는 분명 감당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 행동의 중심을 잃을 것이다. 강희가 절망의 눈빛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보았다. 체가 강희 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 

  "무슨..... 일이냐?"
  "저기."
  체가 강희에게 다가선 채 주위를 경계했다. 강희의 몸이 그런 체의 행동에 절로 반응했다. 절망의 감정에 솜처럼 가라앉았던 강희의 몸이 어느새 본능이 되어버린 긴장감을 되찾았다.
  "무슨 일이야?"
  "여기."
  체가 소매자락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종이는 서찰의 형태도 갖추지 않은 적바림(메모) 형태였다. 강희가 종이를 펼쳤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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