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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눈빛이 뱀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
[연재소설 90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03 09:31:47최종 업데이트 : 2010-02-03 09:31:47 작성자 :   e수원뉴스

사내의 눈빛이 뱀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_1
그림/김호영

 아까부터 강희는 자신의 뒤쪽이 미심쩍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옷고름 한 자락을 길게 흘리며 걷고 있는 듯한, 누군가 그 끈을 몰래 잡고 자신의 뒤를 은밀히 따르는 듯한, 분명치 않으나 기분 나쁜 느낌이 강희를 붙잡고 있었다. 그것은 갑작스런 공격에 미처 볼일의 뒤처리를 끝내지 못한 듯한 기분이었고, 다급한 싸움의 가운데에서 때를 놓친 달거리 수건의 축축함이 주는 불편함과 닮았다. 

 경추문 쪽을 향하는 소로를 걷던 강희는 굽어지는 길 한 귀퉁이에서 몸을 재빨리 몸을 숨겼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강희의 재빠른 숨김을 놓칠 새라 서두르는 발걸음의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희는 가만 고개를 내밀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잘못 보았나?'
 상황이 주는 지나친 긴장은 종종 촉감의 예민함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하긴, 묘적사에서 그 일을 겪고 난 뒤 강희는 깊은 계곡 위에 놓인 외줄 위를 걷는 듯한 긴장 속에 내내 있었다. 잠도 자지 못했고, 입맛 또한 잃었다. 강희는 다시 소로 길 가운데로 나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강희는 분명하게 자신의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강희의 몸이 생각보다 먼저 뒤를 향해 뒤돌아섰다. 

 사내 하나가 길 가운데 있었다. 
 강희의 날카로운 시선이 사내의 안색을, 사내의 온몸을 일갈했다. 지천명(知天命:50을 일컫는 말)은 넘어선 듯 보이는 사내는 상복차림이었다. 강희가 재빨리 예를 갖추었다. 대궐에서 저런 상복을 갖춰 입는 자는 당상관 이상의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러나 사내는 강희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언제 나타났지?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사내가 강희에게 물었다. 
"너는 통명전 아이가 아니냐?"
  강희는 그를 모르는데, 사내는 강희를 알고 있었다. 불길함이 긴장감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강희의 존재는 궁에 사는 수많은 궁녀들과 내시들의 존재처럼 드러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사내는 강희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그러합니다."
  "헌데, 여긴 어인 일인고?"
  "왕후마마의 심부름으로."
  강희는 거짓말을 했다.
  "효의왕후께서?"

 사내의 눈빛이 뱀처럼 빛나는 것을 강희는 보았다. 대체 저 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강희는 그가 누구인지 상대에게 물을 수 없었다. 강희가 그러하다, 재차 대답했다. 
 사내가 불편한 듯 낮은 소리를 내더니 이내 강희를 지나쳐갔다. 강희가 사내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 뒤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강희는 사내가 사라지고 난 길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강희는 사내의 얼굴이나 몸짓 어디에서도 임금의 승하를 슬퍼하는 한 자락의 기운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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