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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화성으로 갈 것이니라”
[연재소설 91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04 13:29:09최종 업데이트 : 2010-02-04 13:29:09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림/김호영


강희가 주위를 살핀 뒤 체가 건넨 적바림의 내용이 지정한 후원 한 곳으로 들어갔다. 
맹렬한 여름 태양빛을 욕심껏 받은 후원의 수목들은 녹음이 짙어 그늘졌다. 건물들이 즐비한 저잣거리와 달리 후원 수목 속에서의 장소는 분명하지 않았다. 강희가 선 채 주위를 살폈다. 그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다."
  강희의 오른쪽이었다. 강희가 그곳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상복을 입은 사내가 아름드리나무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원 유수 서유린이었다.
  "대감."
  강희가 간단한 목례로 에를 갖추었다.
  "놀랐느냐?"
  "아, 아닙니다."

  만나자는 서유린의 연통은 예상치 못한 것이긴 했으나, 반가운 것이었다. 더구나 믿었던 왕후에 절망한 뒤였다. 두 발을 딛고 있는 땅조차도 허방인 듯 불안했다. 게다가 이태는 수원유수이니 그녀가 모르는 이태의 소식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리로."  서유린이 강희를 세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한 몸처럼 몸통을 맞대고 자라난 뒤쪽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궁이 있는 앞쪽을 차단하고 뒤쪽 너른 후원과는 열려있는 자리였다. 

  "이태에게 네 말을 들었느니라."
  "송구합니다."
  말을 하면서 강희는 무엇이 송구한지 생각했다. 이런 상황이 송구한 것인지, 정이품의 당상관인 그가 품계조차 받을 수 없는 음지의 그를 직접 불러준 것이 송구한 것인지.
  "혹여 파총관에게 소식을 들은 것이 있느냐?"
  없었다. 강희가 고개를 저었다. 묘적사에서 궁으로 온 뒤, 하루하루 마음만 조급하고 무거웠을 뿐, 생각했던 어떤 것도 알아내지 못해 그녀 또한 연통을 넣지 못했다.

   "허면 전할 말은 있느냐?"
  강희가 그를 보았다.
  "네가 궁의 다급함을 전한 일을 알고 있다."
  "네......."
  "내일 화성으로 갈 것이니라."

  산릉당상(山陵堂上)이 된 서유린은 내일 정조 임금의 장지를 알아보기 위해 화성에 간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제 서유린은 대신(大臣)과 예조 판서 이만수(李晩秀), 관상감 제조 윤행임(尹行恁), 김조순(金祖淳)과 더불어 대비와 순조 앞에 나아가 산릉을 조사하는 일을 지시받았다. 서유린은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떠올리며 격심한 분노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자리에서 정조의 유택지로 거론된 곳이 강무당(講武堂)이었다. 

  그곳은 군사들이 군사훈련을 하는 병영터였다. 
 강무당은 무덤에 물이 차는 수렴(水廉), 무덤에 벌레가 생기는 충렴(蟲廉), 무당터와 함께 장지로서는 흉지(凶地)에 속했다. 이는 풍수에 갓 입문한 초보 풍수들도 아는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어제 그들은 수원의 강무당을 택지로 꼽았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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