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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목소리에는 난감함이 배어있었다
[연재소설 93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08 10:27:14최종 업데이트 : 2010-02-08 10:27:14 작성자 :   e수원뉴스
사내의 목소리에는 난감함이 배어있었다_1
그림/김호영


무언가를 결단해야 된다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서유린은 자신의 행보를 결정할 어떤 마음의 결단도, 증거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서유린은 '국상이 끝날 때가지'라고 마음의 시한을 정했다. 

 "알았다. 내일 새벽까지 혹여 전할 말이 생기거든 연통을 넣거라."
 강희가 그를 보았다. 서유린은 강희의 눈빛에서 말하지 못한 많은 말들을 느꼈다. 
 "할 말이 있느냐?"

강희는 묻는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보았다. 서유린은 묘적사의 일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태는 그에게 묘적사의 일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가 화성에 있을 때 묘적사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왕후에게처럼 말해야 하는가? 이제 모든 것을 태양 빛 아래 드러내 상황의 판단을 도와야 하는가?'
 그러나 강희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닙니다."
 "허면 다음에 또 보자구나. 네가 먼저 가겠느냐?"
 "먼저, 가십지요."  

서유린이 강희를 한 번 정지된 시선으로 보다 몸을 돌려 나무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강희의 예민한 촉수에 인기척이 감지됐다. 강희가 손을 뻗어 서유린을 부르려는데 서유린의 몸이 먼저 강희 곁으로 숨어들었다. 둘의 시선이 다급하게 얽혔다. 인기척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말을 할 수도, 그렇다고 상대를 확인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할 방도를 찾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 사이, 인기척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최상의 경우, 강희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저들에게 숨긴 채 자신의 등장만으로 일은 무마될 수 있을 것이라 그는 판단했다. 서유린이 강희에게 손짓으로 자신이 밖으로 나갈 것이라는 의중을 나타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제 말해 보아라."
관록이 느껴지는 나이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무 밖으로 나서려던 서유린의 몸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요, 대감마님?"
전혀 다른 목소리는 가늘고 높은 톤에 노회함이 느껴지는, 오십 줄의 나이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였다. 오십은 넘은 사내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명을 주고 명을 받는 주종(主從)관계임을 드러내는 둘의 대화는 다급한 어떤 일을 두고 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서유린은 사내의 목소리와 둘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신분을 확인하려 노력했다. 

"허어."
대감마님이라 불린 사내의 불편한 탄식이 나오고 둘의 대화가 그쳤다. 서유린과 강희가 마주 보았다. 이제 방법은 하나, 그들이 그들의 일을 마치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내의 목소리에는 난감함이 배어있었다. 상중 대궐 안에까지 들어와 일을 고하는 것으로 보면 둘 사이에 일은 다급하고 난감한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대감이라 불린 사내의 말은 여섯 숨의 간격을 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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