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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직의 상하는 사람관계를 결정짓는다
[연재소설 95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10 10:32:23최종 업데이트 : 2010-02-10 10:32:23 작성자 :   e수원뉴스
관직의 상하는 사람관계를 결정짓는다 _1
그림/김호영


 "통명전에 있습니다."
  "그래?"
  강희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보았다.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한 수습은 온전히 서유린의 몫이라 생각하며. 그러는 사이  가만히 한곳에 비킨 채 둘을 주시하던 눈이 찢어진 사내, 노살의 눈이 다시 한 번 강희의 온몸을 훑었다. 그런데 강희를 보는 노살의 눈빛이 흔들렸다. 

  "집안간이오?"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 허어, 참으로 괴이하오이다."
  심환지의 목소리에 노기가 슬쩍 얹혀졌다.
  "송구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서유린이 자세를 낮추었다. 관직의 상하는 사람관계를 결정짓는다. 그는 이제 영의정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남녀로서 궁의 후원 후미진 곳에 함께 있었다. 그것도 임금이 승하한 국상 중에. 문제를 삼으려 든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유린은 어떤 말로 이 곤궁함을 빠져나갈지 알지 못했다. 상황에 대한 판단도 빠르지 못했고, 상황에 따라 처세도 알지 못했다.

  심환지가 말했다. 
  "우리가 한 말을 다 엿들었겠구만."
  "아닙니다."
  서유린은 그렇게 말해놓고는 자신의 말이 듣지 못했다는 의미보다는 듣지 못한 것으로 여기겠다는,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의미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못 들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심환지의 표정에는 설핏 웃음이 번졌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의 웃음에 서유린은 기분 나쁜 불길함을 느꼈다.
  "들었으나, 못 들은 척으로 하겠다?"
  "그것이 아니고........"
  강희는 그런 서유린에게서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나눈 대화의 사실이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어졌다. 강희가 마음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저는 들었습니다."
  심환지의 시선이 강희에게 옮겨왔다.
  "그래?"
  "하여, 궁금합니다. 시체라 하셨는데, 대체 시체는 어디에 있는 시체를 말한 것이옵니까?"
  감히 물을 수 없는 말이라는 걸 강희도 알고 있었다. 서유린은 기함했다. 심환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심환지가 되물었다. 

  "시체라니?" 
  "예? 좀 전에 시체를 치웠다 하지 않았습니까?"
  심환지가 한곳에 비켜선 채 그들을 주시하던 사내를 보며 물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노살이 대답했다.
  "금시초문이옵니다."
  강희가 말했다.
  "장례까지 치렀다 하지 않았습니까? 분명!"
  강희가 심환지 대신 노살을 보았다. 

  "허어, 계집의 저 눈빛 한 번 보소. 게다가 거짓말까지!"
  서유린이 완강한 제지의 의미를 담아 강희의 손을 잡는데, 심환지가 입을 열었다.
  "네 이년!"
  고함에 가까운 말은 그러나, 짓눌린 듯 낮았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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