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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희미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연재소설 96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11 11:08:24최종 업데이트 : 2010-02-11 11:08:24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때였다! 희미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_1
그림/김호영


사람의 눈을 피하기 좋은 어두운 밤이다. 
늦은 오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먹구름에 굵은 눈썹 닮은 달마저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밤은 칠흑에 가까웠다. 통명전 앞에서 숙직을 서던 강희는 가만히 곁에 선 체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한 식경 전, 강희는 체에게 지금 이 일을 말해 두었다. 체가 알았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 강희의 몸이 체의 곁을 스쳐 지나 사라졌다. 

서유린은 축시(丑時:새벽 1-3시)의 한 가운데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전날 겪은 후원에서의 일은 마치 오물을 뒤집어 쓴 채로 있는 것처럼 그를 불편하게 했다.
'도대체 그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시체' '장례' 그 말이 드러내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은 그 말에 집착했던 강희의 태도에서 더욱 심해졌다. 그 말들이 품고 있는 위험 탓에 심환지가 자신의 한 말들을 부정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강희의 태도는 생각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환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고 해도 대거리를 할 만큼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둘만이 아는 어떤 일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런 가정은 서유린이 할 수 있는 온갖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있었다. 강희에게 물어본다면 일은 간단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나 어제 심환지는 서유린을 앞세워 후원을 나섰다. 

"허면, 두 사람 볼 일을 다 마친 것이오? 나도 그렇소만."
강희에게 영의정으로서는 쉽게 담지 못한 격한 욕지기까지 내뱉은 심환지는 그러나, 더는 질책하지 않은 채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그리 말했었다. 
서유린은 심환지의 손에 이끌려 후원을 나서며 보았던 뒤에 남은 강희와 사내를 생각했다. 후원을 빠져나와 임금의 빈전(殯殿)으로 삼은 환경전(歡慶殿) 향하는 대궐 길에서 뒤따르는 기척은 없었다.  

'강희는 곧바로 통명전으로 갔는가?'
'혹여 사내가 강희에게 어떤 말을 하지는 않았는가?'
강희를 만나지 않는다면 결코 풀리지 않을 의문들이었다. 서유린은 누운 채 뒤척이던 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일어나려 세웠던 오른쪽 무릎을 다시 꺽어 주저앉았다. 이 깊은 밤에 강희를 찾아 통명전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사 어둠을 틈타 강희를 만난다고 해도 과정에서의 위험은 너무 높았다. 

그때였다. 희미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스..... 툭."
방 뒤쪽이었다. 혹여 강희가? 하는 마음이 불현 듯 들어 서유린은 가만 방 뒤쪽을 향해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서유린이 방 뒤쪽에 귀를 댔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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