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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이 잘린 나무처럼 꼬꾸라졌다
[연재소설 98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12 14:30:25최종 업데이트 : 2010-02-12 14:30:25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녀의 몸이 잘린 나무처럼 꼬꾸라졌다_1
그림/김호영


"일구이언(一口二言)을 하는 사내를 어찌 사내라고 할 수 있을지요?"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만큼 상대의 거짓 껍질을 깨는 좋은 방법을 강희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사내는 넘어오지 않았다. 
"그래? 허면, 내가 사내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 봐야겠구나. 다시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사내가 마지막 남긴 말이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 대궐을 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몸놀림이 재고 가벼웠다. 
'사내는 누구인가? 그리고 대감이라 불린 그 사내는 또 누구인가?'
대궐에 살고 있었지만 강희는 심환지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강희는 대감이라 불린 자를 알면 사내의 존재 또한 알아내기는 식은 죽 먹기만큼이나 간단할 것이라 여겼다. 

강희의 몸이 담을 넘기 위해 담으로부터 두어 발자국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분명 아까까지 없던 번을 서는 병사 둘이 강희 쪽을 오는 것이  오고 있었다. 강희가 재빨리 벽에 붙었다. 강희는 주위를 일갈했다. 그러나 숙직방과 내담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는 마땅한 은신처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녀가 숨을 곳은 담벼락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장소였다. 제아무리 느슨한 숙직 병사라고 해도 스쳐 지나는 담벼락에 붙은 사람을 보지 못할 만큼 어벙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법은 하나, 그들이 오기 전 그들이 가지 못한 곳으로 움직여 몸을 숨기는 수밖에는 없었다. 강희가 병사들을 앞에 두고 뒷걸음으로 물러섰다. 칠흑의 밤이라고 하지만 벽에 붙은 강희의 흰 상복은 도두라져 보였다. 

강희의 움직임은 땅에 발을 딛지 않은 것처럼 가벼웠다. 그녀의 몸이 아직 알아채지 못한 병사들의 가능한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강희의 시선에서도 병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강희가 보지 못한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강희는 자신 앞을 가로막듯 서 있는 정체불명의 물체와 대면했다. 강희는 본능이 토해내는 놀라움의 비명을 재빨리 삼켰다. 

전체에 대한 인식에는 언제나 일정 거리를 요구한다. 
강희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강희가 물러서기도 전, 앞에 선 벽이 스스로 제 존재를 드러냈다. 사람이었다. 강희는 재빨리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대고 선 앞의 벽을 보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상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강희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향해 대결 자세를 취했다. 누구냐, 묻고 싶었지만 강희는 그러지 않았다. 병사들은 지금 강희 쪽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을 것이다. 상대가 갑작스런 공격만 해오지 않는다면 이 상태로 시간을 벌고 싶었다. 

서너 숨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까.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발자국이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강희가 멀어져지기 시작한 그 순간을 확인하던 그때, 강희가 사내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그러나 그뿐이었다. 강희의 뒤쪽에서 누군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이내 강희의 입을 틀어막으며 강희의 급소를 강타했다. 강희의 손이 다급히 서유린을 향해 뻗쳐졌다. 그녀의 몸이 곧 잘린 나무처럼 꼬꾸라졌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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