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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제 일신만을 위하는 법"
[연재소설 100회] 1800년, 華城 /월~금 연재
2010-02-17 10:12:11최종 업데이트 : 2010-02-17 10:12:11 작성자 :   e수원뉴스
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제 일신만을 위하는 법_1
그림/김호영


"만인지상(萬人之上) 일인지하(一人之下)에 있는 사람이 어찌하여 나 같은 사람을!"
사내가 웃었다. 
"칼이나 쓰는 하찮은 년이 문자를 쓰는구나."
강희가 사내를 쏘아보며 물었다.
"당신들이 말한 시체와 네가 관련이 있는 것이로구나."

노살의 손이 다시 강희의 뺨을 후려쳤다. 목이 꺽일 듯 왼쪽으로 휘어진 얼굴을 되돌리며 강희가 노살을 쏘아봤다. 강희는 묘적사를 입에 올리려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노살이 말했다. 
"바로 네 년이로구나."
노살의 말은 묘적사에 간 문덕을 비롯한 심환지의 수족들을 죽인 것이 바로 네 년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강희가 맞서 소리쳤다. 

"네 놈이구나!"
분노와 확신에 강희의 소리는 갈라져 탁했다. 그들은 서로가 찾던 상대였고, 지금 그들은 그 상대를 앞에 두고 있었던 셈이었다. 노살이 웃었다. 
"허면, 한양으로 불러들인 중들을 데리고 간 것도 네 년이겠구나."

한 번에 모든 의문들이 풀려버렸다. 예상을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 이렇게 그 자를 앞에 두고 대적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강희는 분노 속에서 의구심이 솟구쳤다.   
"대체 왜!?"
그러나 강희는 제 물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원인은 괴한의 정체를 아는 순간 짐작할 수 있다. 
  
"몰라서 묻는 것이냐?"
"하긴 네 놈이 알지 못하겠구나."
"뭐라?"
"네 놈이야 영의정 종놈일 뿐이니 어찌 주인의 깊은 심중을 알겠느냐?"
말을 하며 강희는 스스로도 제 자신에게 놀랐다. 두려움과 긴장에 뻣뻣하게 굳은 듯했던 심장은 여유를 찾는 듯 느긋해졌다. 강희는 던진 낚시줄 밑밥을 사내가 물어주기를 바랐다. 

"뭐라?"
사내는 아직 밑밥을 물지 않았다. 
"아니 그러하냐?"
"참으로 가관이구나!"
노살이 밑밥을 물었다. 부정하지 않는 사내의 태도는 말의 긍정을 의미한다. 강희가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노살이 감정을 추스르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서너 숨을 그대로 두었다. 

노살이 천천히 고개를 내리더니 달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살고 싶지 않은 것이로구나."
"너는 죽음이 두려우냐? 하긴, 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제 일신만을 위하는 법이지."

스승에게 배워 안 것이었다. 욕심을 버리는 자, 두려움을 이기지는 자, 그 자가 바로 부처다. 더는 욕심내지 않는 자, 두렵지 않는 자, 그는 세상의 도(道)를 아는 도인(道人)이다.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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