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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1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07 11:58:15최종 업데이트 : 2010-01-07 11:58:15 작성자 :   e수원뉴스
아이들을 앞에 두고 현의는 두려움을 느꼈다

[연재소설 71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세상에 목적 없는 공격이란 없는 법이다. 설사 재미나 공명심에 칼을 드는 무모한 자들이라 해도 나름의 목적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록 그날 밤 나타났던 적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목적이나 존재를 알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누구인가?'
  현의는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들의 존재를 짐작할 수 없었다. 스승 김광택을 만나 무사로서의 삶을 살아오면서 원한을 진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히는 자는 없었다.
  무인(武人)의 길을 걸기 시작한 이래 셀 수 없는 대결들이 있었지만, 무술을 자랑 삼아 적을 베어본 적은 없었다. 의미 없이 사람의 목숨을 거두어본 적도 없었다. 공명심에 공연히 나서본 일도 드물었다. 

  '그러나........'
  어찌 되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없을 수 있으랴. 쇠락한 양반가의 아들로 태어나 마음 부족하고 원한 많았던 젊은 시절, 그는 스스로 무기가 되어 주위의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 것이다. 마음이 정제되지 않은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위에 독을 퍼트리는 법이니.

  "스님~!"
  녹지 않은 눈 위에서 어제 배운 품새를 연습하던 두 아이가 현의를 불렀다.
  "오냐!"
  현의가 대답했다. 두 아이는 현의의 시선을 붙잡아 놓고는 다시 아이들의 몸에 맞춰 만든 목검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른다. 둘 다 제법 손에 힘이 붙었다. 탁, 탁 목검 부딪치는 소리가 세상 한 귀퉁이를 찔러댄다. 현의는 아이들이 노는 모양새가 귀엽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물컹해진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의 처음은 저렇듯 여리고 여리다. 누군가의 사랑 없이는, 누군가의 전폭적인 희생 없이는 이어갈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현의는 가슴 아프다. 

  '이곳을 떠나야 되는가?'
  현의는 갈등한다. 혼자의 삶이라면 이곳에서 적들을 기다릴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지 못한 자들은 언제든 다시 올 것이 분명하므로.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곳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분기만으로 아이들에게 닥칠 위험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염려는 슬그머니 두려움을 몰고 왔다. 두려움의 근원이 알 수 없는 무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과 사를 한 이불처럼 여기며 살아온 현의라고는 하지만 아이들을 앞에 두고 현의는 두려움을 느꼈다. 
  "스니임~!"
  다시 아이들이 현의를 불렀다. 오냐, 현의가 대답했다.
  "저기 누가 와요."

  현의의 몸이 번개처럼 튕겨져 일어났다.
  '그 자들이다!'
  그 자들의 생각에 붙잡혀있던 현의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곁에 놓인 칼은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져있었고, 몸은 아이들을 향해 날 듯 향하고 있었다. 동시에 현의가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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