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73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11 14:32:06최종 업데이트 : 2010-01-11 14:32:06 작성자 :   e수원뉴스

백동수가 이태를 왼 무릎 위에, 주슬해를 오른쪽 무릎 위에 앉혔다

[연재소설 73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고놈 이름 한 번 재밌구나."
  백동수가 이번에는 왼손에 안은 아이에게 이름을 물었다.
  "슬해. 주슬해."
  "슬해? 주슬해? 허허.... 네 놈도 이름 한 번 특이하구나."
 
  백동수의 웃음소리에는 야(野)의 냄새가 풍겼다. 거칠 것 없는 허허로운 들판의 냄새. 옆구리에 두 아이를 낀 백동수는 현의에게 묻지도 않은 채 성큼성큼 움막을 향해 걸어갔다. 현의가 그 뒤에서 그를 보다 아직 현의 앞에 서 있는 이덕무를 보았다.
  백동수에 비해 그는 남자다운 굵은 선은 가졌으되, 느낌이 부드러운 선비였다. 눈이 정직해 보였다. 현의가 몸을 돌려 움막을 향했다. 이제 형국은 현의가 백동수의 뒤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덕무라고 했소?"
  움막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현의가 이덕무에게 먼저 물었다.
  "본이 어디오?"
  "전주입니다."
  백동수가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저는 수원입니다. 그래봤자 서얼이지만. 이 친구도 마찬가집니다."  현의의 시선이 백동수에게 멈추었다. 백동수의 눈이 현의의 눈을 마주보았다. '거칠 것 없는 눈빛이되 힘이 넘치는 눈빛이로구나' 현의는 생각했다. '고인 물 같은 눈빛이되 무쇠같이 무거운 눈빛인데' 백동수는 생각했다.

  "그래서 분한가?"
  아직 현의는 그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찾아왔는지 묻지 않았다. 이덕무가 백동수를 보았다.
  "그러합니다."
  이덕무가 나섰다.
  "서얼이기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허나, 저는 분하지는 않습니다."

  현의가 이번에는 이덕무의 눈을 보았다. 이덕무 또한 현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눈빛이로구나, 거두어 안으로만 쌓아두는 눈빛이로구나' 현의는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눈빛인데' 이덕무는 생각했다. 

  "분하지 않다......."
  현의가 혼잣말을 했다. 백동수와 이덕무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허면 포기했다는 말이구만."
  "아닙니다."
  "허면 벌써 부처가 되었는가?"

  어느새 현의는 그들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것도........"
  이덕무는 현의의 말을 받지 못했다. 문득 그는 현의의 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저 친구가 솔직하구만."
  현의가 이덕무에게 일침을 가했다. 백동수가 현의의 말이 담고 있는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입을 벌려 웃었다. 
 
 그때 아이들이 삶은 고구마 서너 개를 소반에 담아 내어왔다. 백동수가 이태를 덮석 안아 제 무릎 안에 앉혔다. 주슬해가 그 곁에서 백동수를 보았다. 이덕무는 그러나, 주슬해를 제 무릎에 앉히지 않았다. 백동수가 이태를 왼 무릎 위에, 주슬해를 오른쪽 무릎 위에 앉혔다.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