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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4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12 11:04:42최종 업데이트 : 2010-01-12 11:04:42 작성자 :   e수원뉴스

 '짐은 너를 만나고 싶다'

[연재소설 74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현의가 두 아이를 보다 입을 열었다.
  "혹......"
  현의가 말을 끌었다. 백동수와 이덕무가 시선을 마주 보았다.
  "며칠 전의 일을 아는가?"

  현의에게 되돌아왔던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얽혔다. 백동수가 아이들을 무릎위에서 내려놓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으며 말했다.
  "많이 놀라시진 않으셨습니까?"
  찾아오는 이 없는 깊은 산중에 연이어 들이닥친 이들이라 찔러보듯 물은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백동수는 그것이 자신들과 연관되어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현의는 긴장의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덕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고구마를 먹으려면 물이 필요하겠구나. 물 좀 가져다 주겠느냐?"
  이태와 주슬해가 서로 마주 보았다. 이덕무가 눈빛으로 둘 모두를 보았다. 말을 돌려서 하는 품새가 영락 없는 샌님이라 생각하며 현의는 두 아이를 어제 배운 것을 수련하라 일러 밖으로 내 보냈다. 

 잠시 현의는 백동수가 내놓은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길고 흰 봉투였다. 한 눈에 봐도 봉투를 만든 첩지(疊紙) 재질은 예사 재질이 아닌 듯 보였다. 저런 재질의 종이는 사대부 중에서도 돈 많은 자들만이 호사로 누릴 종류의 것이었다.
  "이것이 무엇인가?"
  현의가 묻는데, 백동수와 이덕무가 몸을 일으키더니 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저희들의 사과가 아닙니다."
  "허면?"
  "서찰의 주인이신."

  이덕무의 말은 거기서 멈췄다. 현의가 서찰을 집어 들고는 안의 종이를 꺼냈다. 고급스런 별백지(別白紙)가 접혀있었다. 현의는 별백지를 펼쳤다. 먼저 현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편지 말미에 적힌 '산(祘)'라는 글씨였다. 이때까지도 현의는 서찰을 보낸 주인이 누구인지 눈치 채지 못했다. 
  현의는 서찰의 내용을 읽었다. 서찰의 내용은 간단했다.

  '짐은 너를 만나고 싶다.'
  
  '이건!!'
  현의가 다시 서찰 아래 날짜 다음에 쓰인 '산'이라는 서명을 보았다. 

  산, 그것은 임금의 이름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현의가 들고 있는 것은 임금이 자신에게 보낸 어찰이었다. 백동수와 이덕무는 현의가 서찰의 주인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둘은 동시에 머리를 깊이 숙였다. 
  "저희들로 하여금 며칠 전의 무례에 사과하라 명하셨습니다."

  현의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날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비록 천민의 신분도, 평민의 신분도 아니라고 하나, 그는 퇴락한 양반의 후손이었다. 아니다. 이제 승복을 입고 부처를 모시고 있으니 조선이 정한 신분계급에서는 천민에 속했다. 

  며칠 전의 일에 대한 의문은 이 생각 다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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