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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5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10-01-13 10:50:55최종 업데이트 : 2010-01-13 10:50:55 작성자 :   e수원뉴스
스님을 얻기 위해 통과의례를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연재소설 75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허면!?"
  자신의 칼날에 발목을 베었던 사내들이 생각났다.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시험한 것이었다면 상처 입은 그들의 상처는 어찌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이덕무가 다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나 현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계산된 것이었다면, 현의를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현의를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분명 자신을 죽이려는 살기가 등등했었다. 한 사람을 두고 다섯 명의 사내들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공격했다. 

  "그 자들이 죽어도 좋다는 명을 내리셨단 말이오? 성상께서?"
  "그것은 아닙니다."
  "그 자들의 발이 내 칼에 나갔어!"
  '칼을 들어 생명을 살상하는 일을 하늘처럼 무겁게 하라.' 이는 스승 김광택의 가르침이었다. 현의는 그 가르침을 제자가 된 이래 잊어본 일이 없었다.
  현의의 목소리는 쪼개지는 대나무처럼 날카롭게 갈라졌다. 

  백동수와 이덕무는 현의의 말을 받지 못했다. 현의의 반응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백동수는 백동수대로 이덕무는 이덕무대로 현의의 반응에 어찌 해야 할지 생각만 바쁠 뿐, 마음을 종잡지 못했다. 현의가 그런 그들을 내려다봤다.
  "하긴 그대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덕무가 침묵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모두가 스님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저희들도 자세한 성중(聖中)은 알 수 없으나, 스님을 얻기 위해 통과의례를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허면, 성상께서 나를 시험했다?"
  두 사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시험한다는 것은 아무리 그 대상이 임금이라고 해도 기분좋을 리 없기에. 

  현의의 시선이 어찰로 향했다. 잠시 생각에 빠진 현의가 입을 열었다.
  "그 자들은 괜찮은가?"
  "다리를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압니다."
  흠, 현의가 깊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듯 뱉고는 말했다.
  "성상께서 무슨 연유 때문에 나를 시험하고 또 나를 만나고자 하시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가지 않을 것이오. 나는 그저 미천한 중에 불과하오. 난 가진 것도 나눠 줄 것도 없는 사람이오."  

  사람의 생명을 그리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임금이라고 해도 현의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무선(武仙)의 경지에 아직은 들지 못한 사람이라고는 하나, 무선의 경지를 향해 정진하는 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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