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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6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14 15:00:33최종 업데이트 : 2010-01-14 15:00:33 작성자 :   e수원뉴스

임금의 승하 앞에 장용영 군사 한 명의 죽음은 무게를 잃었다

[연재소설 76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그날의 기억

   
  하루가 저물었다.
  임금의 옥체는 살아있는 자들의 손에 의해 염해졌다. 이태는 백동수가 떠난 창룡문에 시선을 준 채 임금의 소렴에 참가했다는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김질하듯 생각했다.
  '도승지 윤행임, 좌승지 이서구, 우승지 이익운, 행 좌부승지 김조순, 우부승지 한용탁, 동부승지 김희순, 기사관(記事官) 김계온, 가주서 여동식·민철유, 기사관 이존수·홍석주, 영의정 심환지, 좌의정 이시수, 우의정 서용보,  규장각 제학 김재찬, 원임 직제학 서정수, 원임 직각 김면주, 검교 직각(檢校直閣) 심상규, 직각 김근순, 예조 판서 이만수, 참판 민태혁, 참의 홍낙유, 대사간 이은모, 집의 장지면....... 그리고 수원유수 서유린'

  종척들도 참가했다고 하니, 저승의 다리를 건너간 임금의 마지막을 지켜본 이들은 오십여 명 남짓이 될 것이다.
  이태는 그들 대부분이 정조의 치세 때 조정에 든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대비 정순왕후에 의해 새롭게 부임된 사람들이라는 백동수의 말을 생각했다. 이태는 다시 미리 준비한 듯 발 빠른 대비의 행보에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 

 현의에게 달려간 백동수는 모든 것을 짐작으로 확신하지 말라 말했지만 그가 없는 지금, 이태는 다시 저들의 행보에 가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앞서가지 말라는 백동수의 말은 옳았다. 

  "저, 파총관 나리."
  그림자처럼 곁에 있던 석야가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이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부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날씨가 더운데......."

  그들 모두는 주군을 잃었다. 임금의 죽음과 응덕의 죽음이 같을 수는 없었다. 임금의 승하 앞에 장용영 군사 한 명의 죽음은 티끌처럼 무게를 잃었다.
  그렇다고 하나, 응덕의 죽음이 가치가 없다 할 것인가. 하지만 이태는 임금의 죽음 앞에 응덕의 죽음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오늘, 응덕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태는 수원유수 서유린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고, 응덕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들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국상(國喪)이라는 비상의 상황이었다. 오늘 소렴이 치러졌으니 19단계로 이루어지는 초상 동안 서유린은 화성에 내려오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응덕의 시신이었다. 응덕의 죽음의 원인이야 너무나 분명한 것이어서 다른 조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더운 여름 응덕의 시신은 빠르게 부패되고 있었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석야라고 어찌 판단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서도 이태는 그렇게 물었다.
  "대궐에 연통을 넣어야하지 않을지요......"
  유수 서유린에게 연통을 넣자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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