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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7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15 14:22:09최종 업데이트 : 2010-01-15 14:22:09 작성자 :   e수원뉴스

응덕의 시신을 씻기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생각했다

[연재소설 77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연통을 넣자......."
  맥없이 석야의 말을 반복하며 이태는 다시 생각했다.
  '죽음의 원인은 분명하고, 살인자를 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 살인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심증도 있다.......'

  죽은 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죽은 자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한 것과 살인자에 대한 처벌을 통한 기강을 바로잡는데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태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이미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심증처럼 응덕을 죽인 자가 주슬해라면 응덕의 죽음을 공론화해서 얻을 것은 없어보였다. 이미 권력은 노론에게 들어갔고 사라진 주슬해는 그들에게 갔을 확률이 높았다. 물론 응덕을 죽인 자가 주슬해가 아닐 수도 있었다.......

  "검시안은 다 작성이 되었다고 했지?"
  오늘, 이태는 응덕의 시신에 대한 검안을 지시했고, 검안에 대한 기록을 자세히 기록하라 명해두었었다.
  "예, 나리."
  "담양에 소식이 닿으려면.......아무래도......."
  날짜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석야도 이태의 말이 담고 있는 갈등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응덕의 부모가 사는 전라도 담양으로 파발을 띄웠다고는 하지만 이 더운 여름에 부모의 당도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이태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초상을 치를 준비를 하거라."
  "그래도 유수께는......"
  "알았다. 사람을 보내 내 의견을 알리도록 하겠다."  
 이태의 결정은 분명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조직이든 정해진 규칙을 벗어난 결정들은 언제나 치죄(治罪)의 빌미를 품고 있기에. 이태는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응덕의 마지막에 대한 배려였고, 드러난 상황들이 품고 있는 진실의 모습들이었다. 

  초상을 치른다고 해도 응덕의 초상은 초라할 것이다. 19개의 절차로 나뉘어진 초상의 절차들을 그는 받지 못할 것이다. 이태는 응덕의 초상에 들어갈 모든 비용을 자신이 맡기로 하고, 최상품의 수의를 준비하라 명했다.
  응덕의 습(襲)은 새벽에 이루어졌다. 응덕의 시신은 하루 사이, 탄력을 잃고 검게 변해있었다. 이태는 스스로  썩어가는 응덕의 시신을 씻겼다. 석야와 김춘득을 비롯한 군사들이 말렸지만 이태는 그들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태는 썩어가는 몸 하나로 남은 응덕의 시신을 씻기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응덕의 열 발가락 사이를 씻길 때 현의의 말이 되살아났다. 
  "칼을 든 네 한 손이 생과 사를 가르는 법, 칼쓰기를 천금같이 해야 하느니라."
  처음 이태에게 무술을 가르칠 때 했던 말이었다. 이태가 응덕의 열 손가락을 씻길 때, 다른 현의의 말이 떠올랐다. 
  "무사란 삶과 죽음을 칼의 양날처럼 매순간 함께 하는 자이니."
  칼을 든 자, 칼에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 말에는 들어있었다. 발에서부터 시작된 응덕의 몸을 닦는 이태의 손길이 응덕의 잘린 목에 닿았다. 문득 주슬해의 한 말이 벼락처럼 떠올랐다. 

  "스님. 어떻게 하면 스님처럼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이 어리지만 높은 슬해의 목소리에 투두둑, 놀라듯 떨어져 내리는 광경도 함께 떠올랐다. 며칠 째 함박눈이 그칠 새 없이 내리던 밤, 스승 현의가 다섯 명의 괴한들과 대적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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