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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79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 [월~금 연재]
2010-01-19 14:49:44최종 업데이트 : 2010-01-19 14:49:44 작성자 :   e수원뉴스
그때 남자 뒤로 나타난 말 탄 사내들을 보았다

[연재소설 79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대신 이태는 말이 없었다. 묻는다고 대답해 줄 현의도, 말해 준다 한들, 알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태는 주슬해의 공연한 말들이 싫지 않았다.
  "아이, 스니임~"
  기어이 주슬해가 앞서 걷던 현의의 승복 바짓자락을 움켜잡았다. 이태는 그런 현의를 곁에 선 채 올려다보았다. 현의의 눈빛이 주슬해에게 갔다 이태에게 옮겨왔다. 

  "알았다. 저 산을 내려가면 얘기해주마."
  "정말요?"
  "그러니 이제 그 입 다물기다."
  "알았어요, 스님."
  그렇다고 주슬해의 입이 다물어진 건 아니었다. 이태는 사람도 찾지 않는 깊은 산중을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신이 나 주슬해의 장난에 대꾸하며 산을 내려갔다. 둘은 미끄러져 산을 구르다가, 쌓인 눈을 뚫고 나온 복수꽃에 한 눈을 팔다가, 먹이를 찾아 나선 다람쥐를 쫓다하며 산을 내려왔다.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그렇게 현의를 앞질러 내려오던 이태가 주슬해의 장난에 밀려 미끄럼을 타듯 산을 내려올 때였다. 제어되지 않는 몸보다 제어되지 않는 움직임이 주는 상황이 재미있어 이태에게서는 싱그러운 비명이 연신 터지고 있었다.
  "어허, 이놈 다치겠다!"
  마치 이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남자는 미끄러져 내려오는 이태를 법석 안아들었다. 얼굴이 온통 수염에 뒤덮인 남자였다. 

  "어, 아저씨!"
  처음 그를 본 기억은 사라지고 없는데, 기억 속 이태는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잘 있었느냐?"
  "어, 그때 그 아저씨다."
  뒤따라 내려오던 주슬해도 그를 알아보았다. 그때 남자 뒤로 나타난 말 탄 다섯 명의 사내를 이태는 보았다. 하늘에 닿은 것처럼 올려다 보이는 사람들은 높고 커 보였다. 무엇보다 이태를 긴장하게 한 건 그들이 지닌 무기들이었다. 비스듬히 보이는 세 명의 사내들은 모두 활과 화살이 꽂힌 전통, 그리고 긴 칼을 지니고 있었다. 

 이태는 그들 사이에 선 검은 말을 탄 사람을 보았다. 옥처럼 환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태는 깊은 밤 보름달에게서 느껴지는 은은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가 이태를 보았다.
  "어 아저씨."
  주슬해가 그들 중 한 사내를 향해 말했다.
  "잘 있었느냐?"
  얼굴 선이 부드럽고 구렛나루가 없는 남자도 이태는 기억했다. 이태가 그를 보다 얼른 현의를 뒤돌아보았다. 아직 이태는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현의는 주슬해를 앞에 두고 멈춰선 상태였다. 현의의 표정은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남자가 이태를 내려놓으면 예를 갖추었다.
  "내 다시 볼 일이 없다 생각했는데."
  현의의 시선이 남자에게서 뒤에 선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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