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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백성들 중에 미천한 자는 없으니..."
[연재소설 80회] 1800년, 화성(華城) /월~금 연재
2010-01-20 11:04:11최종 업데이트 : 2010-01-20 11:04:11 작성자 :   e수원뉴스
내 백성들 중에 미천한 자는 없으니..._1
그림/김호영

 "하여 숨으려는 길인 것입니까?"
  이태는 남자를 벗어나 현의의 뒤로 숨었다. 그때, 달빛 같은 빛을 내던 사내가 말에서 내렸다. 곧 말을 탔던 나머지 사내들이 황급히 그를 따라 말에서 내렸다. 

  "야뇌와 형암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달빛을 내던 남자였다. 그때 현의의 몸이 꺽이듯 무너지더니 두 손을 바닥에 짚으며 부복했다. 그랬다. 그는 임금, 정조였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십대 중반의 젊은 임금. 현의의 승복 자락을 부여잡고 있던 이태와 주슬해가 옷자락을 놓치고는 스님을 한 번, 앞에선 사내들을 한 번 보았다. 

  "어찌 전하를 이곳까지 오시게 하십니까?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허허허......"
  백동수가 임금 앞에서 농을 했다. 그러나 이태와 주슬해는 아직 상황을 알지 못했다. 아직 상황을 알아차릴 만큼 자라지 못했다. 임금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들은 잘 알지 못했다. 세상과 단절된 깊은 산속에서의 삶이란 저잣거리와는 다르다. 
  그러나 현의는 부복을 하여 예를 갖추었으되 입을 열어 말하지는 않았다. 

  "내 그대가 참으로 보고 싶었다."
  현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미천하고 미천한 중이옵니다. 전하."
  정조가 말했다.
  "누가 그러하드냐? 내 백성들 누구도 미천하고 미천한 자는 없으니."
  현의가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을 들라."
  현의가 얼굴을 들어 임금을 보았다.
  "일어서라."
  현의가 일어서지 못했다. 백동수가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이 차갑다."
  임금이 다시 채근했다. 현의가 몸을 일으켰고, 백동수 또한 일어섰다.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임금이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현의가 그 말로 임금의 물음을 피했다. 고함이 터진 건 그때였다.
  "네 이 놈!"
  임금의 곁에 있던 사람이었다. 이태와 주슬해가 놀라 현의의 뒤로 숨었다. 현의가 말했다.

  "소승은 부처의 말씀을 따르는 자이옵니다."
  현의의 말에 백동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태와 주슬해는 현의의 말뜻을 알지 못했지만 창백해지는 백동수의 얼굴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왜 이러십니까?"
  백동수가 현의가 들을 수 있는 만큼만의 크기로 말했다. 임금이 웃었다. 

  "전하의 옥음을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백동수의 말은 애원에 가까웠다. 임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내 말을 들어보려도 하지 않는가?"
  현의가 임금을 보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이라고 정조는 생각했다. 정조가 말했다.
  "허면, 하루만 시간을 내 주거라. 그때도 그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내 너를 보내줄 것이니."
  글/이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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