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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67회] 1800년, 화성(華城)
이기담, 월~금 연재
2009-12-31 11:51:35최종 업데이트 : 2009-12-31 11:51:35 작성자 :   e수원뉴스
 '꿈! 아, 임금과 함께 꾸었던 꿈........!'

[연재소설 67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그 하나 하나를 기억하려는 것처럼 현의가 물었다.
  "누구........누구......"
  박새와 병길이 주저했다.
  "말, 해."
  현의의 말이 힘들게 나왔다. 박새와 병길이 곧 현의의 제자들의 이름을, 그들의 동기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수돌이 현기 석기......."

  백동수는 현의의 표정에 일어서는 분노를 보았다. 백동수에게 그 분노는 남아있는 생명의 기운마저 빼앗을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분노의 감정은 그것의 연유가 무엇이든 사람의 기운을 갉아먹는 독약과도 같다. 평소에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생과 사의 외줄 위에 선 현의에게서야.
  현의가 침묵 속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백동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 대궐에서는."
  현의가 눈을 떴다. 백동수가 천천히 자신이 확인한 대궐의 상황들을 설명했다. 백동수의 설명을 듣는 현의의 표정은 좀 전 죽은 제자들의 이름을 듣던 때와 달리 변화가 없었다. 백동수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 현의가 더딘 입을 열었다.
  "모두가.......내 잘못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되묻는 병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겼다. 백동수가 눈빛으로 그를 제지시켰다. 

  "너무 마음을 놓았어........"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일어난 상황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다. 그것이 자신의 소망이나 욕망 따위에 반대되는 상황일 때는 더 더구나. 현의는 오랜 동안 이어진 임금의 힘찬 행보에 마음 을 놓은 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최대의 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너지는 것인가?'
  현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했다. 상황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변했다는 인식은 더욱 그를 절망케 했다.
  '찬란했던 희망, 눈 부셨던 꿈도 이렇게 사라지는가.'

  현의의 절망을 본 백동수가 다급히 말했다.
  "강건하셔야 합니다."
  현의가 백동수를 보았다. 그를 처음 만났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잊......었.......는가?"
  백동수가 현의를 보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말일세."
  백동수가 비로소 현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렸다.
  "어찌 잊겠는지요." 

  살아 온 날에 대한 회상은 당찬 희망보다 불길한 절망에 가깝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늘어진 한가한 시간을 앞에 두고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백동수는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해야 하는 현의의 말에서 불길함을 느끼며 다급하게 현의의 손을 부여잡았다.
  현의가 말했다.
  "생각나는구만. 자네를 처음 보았던 그날의 자네가."

  현의는 그가 품었던 찬란한 꿈을 생각했다. 
  '꿈........! 아, 임금과 함께 꾸었던 꿈........!'
  '살아있기에 가능하다 믿었던 꿈, 온 마음을 다한다면 가능하다 여겼던 그가 가졌던 꿈.'
  현의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러나 흐려지는 눈빛과는 다르게 현의 가슴은 꿈을 품던 젊은 날의 그때처럼 뛰기 시작했다. 처음 임금의 용안을 우러렀던 그날이 환상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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