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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3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1-30 14:22:00최종 업데이트 : 2009-11-30 14:22:00 작성자 :   e수원뉴스
"어찌하긴요? 암살한 역모자들을 처단해야지요!"
[연재소설 43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영조의 대리청정 명을 외삼촌인 홍인한(洪麟漢)이 "동궁은 노론이나 소론을 알 필요가 없고, 이조판서나 병조판서를 누가 할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없으며, 구가나 조사는 더욱 알 필요가 없다"는 논지, 즉 '동궁은 세 가지를 알 필요가 없다'는 기이한 논리를 펴며 임금으로서의 정조의 존재를 부정하려 할 때도 정조는 초인적인 냉정함으로 이겨냈다. 그런데, 그런 정조가 승하했다니. 

  "암살입니다! 암살이 분명해요!"
  곧 유심돈의 말을 잇는 초관들의 웅성임이 일었다.
  "허면, 어찌해야 합니까?"
  그들에게 정조의 승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들이 보일 반응은 분노와 그 분노를 정당한 방법으로 표출할 행동이었다. 
 
"어찌하긴요? 암살한 역모자들을 처단해야지요?!"  "맞습니다!"
  이태는 장용외영 초관들의 흥분과 분노의 파도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서유린 또한 슬픔조차도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 임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부하들의 감정이 일으킨 분노의 파고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주슬해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누가요?! 누가 감히 임금을 시해했다는 것이오?!"
  주슬해의 목소리에는 감히 아무나 넘볼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일순간 서장대에 정지된 침묵이 휘감았다.
  좌중을 제압한 주슬해가 서너 숨의 여지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슬해의 시선이 똑바로 화성유수 서유린에게 옮겨졌다. 이태는 주슬해의 표정에서 형언키 힘든 음모의 기운을 다시 느꼈다. 자신에게 보였던 상반된 태도에서 느꼈던 바로 그 느낌과 같은.
  잠시 주슬해를 마주 보던 서유린이 입을 열었다.
  "주 선기장의 말이 맞다."
  초관들 사이에서 수긍할 수 없으나 부정하기 힘든 탄식이 새어나왔다.

  "지금, 정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유린은 이태가 말한 효의왕후전의 강희 이야기를 생각했지만 그 또한 임금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엔 작은 종재기 만큼의 사실도 담고 있지 않다고 여겼다.
  "나는 성상의 소렴의식에 참여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대들은 지금 이 시간 이후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

  소렴의식. 서유린의 그 말에 서장대에 모인 초관들이 순간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말은 구체적으로 정조의 죽음을 그들에게 체감하게 했다. 초관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졌다. 곧 울음은 그들 전체로 퍼졌다.
  초관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통곡의 바다 위에서 이태는 서유린의 붉게 충혈된 눈물 가득한 눈을 보았다. 서유린 또한 자신의 부하들이 토해내는 통곡의 슬픔 위에 이태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소리없는 눈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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