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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4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2-01 11:24:10최종 업데이트 : 2009-12-01 11:24:10 작성자 :   e수원뉴스
현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인식은 언제나 감정의 가감(加減)없는 냉정한 시선
[연재소설 44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이태는 주슬해의 얼굴을 보았다. 주슬해 또한 이태를 보았다. 주슬해는 샘물처럼 쏟아내는 이태의 눈물을 얼음처럼 정지된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태의 시선을 피한 주슬해가 함께 통곡하기 시작했다. 

  잠시 통곡의 바다 위에 흔들리듯 있던 서유린이 입을 열었다.
  "명한다!"
  그러나 군사들의 통곡은 멈추지 않았다. 이태가 나섰다. 
 
"통곡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진실을 안 뒤에 흘려도 늦지 않다!"
  의미 담은 이태의 말에 통곡이 잦아들었다. 이태의 말이 담고 있는 의미들을 군사들이 되새기기 전에 서유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동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명한다! 내 명이 있을 때까지 경계를 더욱 강화한다. 알겠는가?"
  "........예........."
  초관들의 대답은 더디 나왔다. 

  슬픔을 억누르는 초관들의 대답을 들으며 이태는 잠시 '누구로부터 경계 강화인가?' 되물었다. 주슬해가 그런 이태를 눈물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그 사이 하늘빛이 더 붉어졌다. 어둠은 창룡문 하늘 위로 더 멀어졌다. 이태는 주슬해의 눈물 가득한 눈에서 느껴지던 얼음처럼 냉정한 기운을 생각하며 목석처럼 서 있던 몸을 돌렸다.
  "주슬해 선기장은 지금 어디 있는가?"
  모르고 묻는 것은 아니었다. 비상인 상태에서 지휘관들은 제 위치를 지켜야 한다. 뒤에 있던 병사가 대답했다.
  "행궁에 있을 것입니다. 불러올까요?"
  이태는 잠시 생각하다 자신이 직접 행궁으로 내려갈 것이라 말했다. 

  이태는 천천히 서장대에서 행궁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내려갔다. 소나무며 굴참나무 울창한 산 속은 어두웠다. 이태는 천천히 그 산길을 내려가며 오직 주슬해만을 생각했다. 강희의 밀지를 처음 받던 그때부터 그가 보인 행동들에 대해, 그 이전, 그가 보인 행동들에 대해. 그리고 더 이전 함께 장용영으로 들어오던 그때까지도. 마치 지금의 믿을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한 단초가 마치 그에게 있는 것처럼. 

  이태는 분명한 것과 불분명한 것들을 구분하려 노력했다. 현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인식은 언제나 감정의 가감(加減)없는 냉정한 시선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 제 나름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태생적 한계에 다시 경험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 할지라도 자신이 처한 모든 조건들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냉정한 마음에 바탕한 감정의 가감 없는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길임을 스승 현의에게 배워 알았다.

  할 행동은 언제나 이런 현실에 대한, 제 자신에 대한 시선과 판단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실수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불완전한 삶이 태어난 모든 생명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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