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연재소설 45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2-02 11:20:22최종 업데이트 : 2009-12-02 11:20:22 작성자 :   e수원뉴스
말을 탄 사내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창룡문을 향해 달려왔다
[연재소설 45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정조의 승하를 앞에 두고 분노와 슬픔에 얹어지는 생각들이 두서없이 이태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가.'
  불분명하나, 삶과 죽음을 함께 하자 맹세한 둘 사이는 언제부터인가 분명 어긋났다. 이태는 그 어긋난 처음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지금 주슬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승 현의를 두고 벌인 경쟁이었는가? 강희 때문이었는가?'
  이태는 둘 모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에게 인연이란 무엇인가.'
  뜬금없이 초연한 생각 하나가 이태의 머릿속을 밀고 들어왔다. 이태는 생각을 멈추었다. 주슬해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그에게 연원에 대한 추론은 여기까지였다. 

  어느새 화성의 지붕이 한층 밝아진 여명 속에 이태의 시선에 들어왔다.
  화성의 경계는 빈틈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번을 서는 병사들이 슬픔에 굳은 표정으로 예를 갖추었다. 이태는 병사들을 안색을 살피며 정조의 임금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다시 뼈아프게 각인했다. 

  "선기장 있는가?"
  이태가 번을 서는 병사에게 물었다.
  "여긴 안 계십니다."
  "허면?"
  곧 모른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일개 번을 서는 병사가 선기장의 행보를 알 수는 없었음에도 이태는 마음속에 이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이태는 선기장이 행궁 곁의 그의 숙소를 찾아갔다. 거기에도 주슬해는 없었다.
  "창룡문 쪽으로 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슬해의 행방을 알려준 이는 행궁 외곽의 보초를 서는 한 병사였다. 이태는 창룡문을 향해 말에 올랐다.        

  그 시간, 여명을 뚫고 화성 창룡문을 향해 내달려 오는 말탄 자가 있었다. 타다닥, 타다닥, 땅을 박차는 말발굽소리가 조용한 여명속의 세상을 종소리처럼 울리며 퍼져나갔다. 
아직 임금의 훙을 알지 못하는 화성 주변의 사람들은 새벽의 단잠을 깨우는 말발굽소리에 등을 돌아누우며 구시렁대거나 욕지기를 내뱉었다. 누구도 그 말발굽소리에서 나라의 위급함의 단초를 읽어내는 마음 밝은 백성들은 없었다. 

  말을 탄 사내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창룡문을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사내는 창룡문을 멀리 두고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장안문 쪽으로 휘돌았다. 소리가 창룡문에 번을 선 군사들에까지 가 닿지 않을 만큼의 거리였다. 창룡문을 멀리 휘돈 사내는 동북공심돈을 지나면서 말에서 내렸다. 그가 다가간 곳은 동암문이었다.  

  사내는 동암문에 번을 선 군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사내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내의 입은 뒤쪽에서 덮친 한 사내의 손에 틀어 막혔다. 사내의 몸이 동암문의 동쪽 성벽 아래로 끌려갔다. 엄청난 완력이었다. 사내는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어림없었다.

화성, 이기담, 정조, 창룡문, 장안문

프린트버튼캡쳐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