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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47회] 1800년, 화성(華城)
글/이기담(월~금 연재)
2009-12-04 10:10:50최종 업데이트 : 2009-12-04 10:10:50 작성자 :   e수원뉴스

칼 뽑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응덕의 목에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스쳤다

[연재소설 47회] 1800년, 화성(華城)_1
그림/김호영

 더는 견디지 못하리라는, 제 아무리 조선 제일의 무사라고 해도 깊은 자상을 그리도 여러 군 데 입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는 불길함이 내내 그를 힘들게 했다.
  주슬해는 응덕의 반응 속에서 현의의 상태를 직감했다. 

  "다치셨는가?!"
  응덕이 눈물 흘러내리는 얼굴을 끄덕였다.
  "얼마나!?"
  응덕이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주슬해가 응덕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잘은 모르지만......!"
 
  "허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말이야?!"
  주슬해의 말은 걱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응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슬해가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돌아가시는 건 보지 못했고?!"
  응덕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스승님이 빨리 화성으로 돌아가 묘적사의 일을 전하라고 하는 바람에. 하지만, 하지만.......!"

  "넌 어디까지 본 것이야?"
  "그러니까, 제가 갔을 때, 묘적사는 불길에... 괴한들이......."
  응덕의 말은 두서가 없었다. 주슬해가 묻기 시작했다.
  "묘적사는 불에 모두 탔느냐?"
  응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괴한들의 차림은 어떠하더냐?"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몇 명이더냐?"
  "제가 갔을 때, 묘적사에 남은 자들이 스무 명쯤."

  "묘적사 스님들은?"
  응덕이 고개를 저었다.
  "모두 죽었단 말이냐?"
  "한 명만이."
  주슬해는 이제 되었다, 생각했다. 주슬해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스승님은 무어라 하셨느냐?"
  응덕은 마지막 자신을 보내며 했던 말, 화성문을 열지 말 것이며, 그럴 리가 없겠지만 화성유수가 열라 명하여도 절대 열지 말라 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주슬해가 잠시 응덕을 보았다.
  '이제 되었어.'

  주슬해가 잠시 응덕 넘어 여명 속의 화성을 올려다보았다. 네모난 돌들로 맞물려 쌓아올린 화성의 성벽은 아름다웠고, 웅대했다. 주슬해는 마음속으로 지난 6년 동안 군사들을 가르치고 무예를  연마하며 보낸 화성에 안녕을 고했다.
  "애썼다."
  주슬해가 일어섰다. 응덕이 그를 따라 일어서려 허리를 굽혔다. 순간 응덕에게 주슬해에게 다 하지 못한 현의의 말, '내 살아남은 제자들을 데리고 화성으로 갈 것'이라던 그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슥, 칼을 뽑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응덕의 목에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스쳤다. 
  "윽!"
  비명은 틀어 막힌 주슬해의 손 안에서 작고 짧게 삼켜졌다. 응덕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주슬해가 쓰러지는 응덕의 몸을 내려다보며 피 묻은 칼을 칼집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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